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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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의 ‘밑바닥’이란 단어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5년도 넘은 것 같다. 그 사이에 개정판이 나왔다. 파리와 런던에서 조지 오웰 스스로가 3년 정도 접시닦이, 부랑자로 생활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가난함이라고 했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배고픔이다. 하루에 딱딱한 빵 두 개와 마가린, 홍차로 연명하는 삶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요즘 우리는 살을 빼기 위해 굶으면 굶었지,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경우는 드물 테니 말이다. 초반에 배고픔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다. 이런 일이 일주일만 지나도 사람은 장기 달린 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묘사된다. 먹지 못하니 당연히 의욕이 없어지고 누워있게 된다. 무력감이 찾아오는 것이다.
 먹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러 하루에도 몇십 킬로씩 걸어 다녀야 한다. 차비가 없기 때문이다. 겨우 구한 접시닦이로서의 생활은 하루에 17시간 노동이라는 인간이하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꽤 자세히 묘사된다. 어느 날 밤 주인공의 방 창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사람이 죽었군 하고 바로 잠들었다는 부분에서 노동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1920,30년대 당시 유럽의 호텔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읽을 때는 상당히 재밌었다. 접시닦이 일을 끝내고 영국으로 간 주인공은 부랑자 생활을 하게 된다. 구빈원에서 겨우겨우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의 생활이 시작된다. 한 구빈원에서 한 달에 한번 이상을 머물 수 없기 때문에 부랑자들은 다른 구빈원으로 유목민처럼 이동해 다닌다. 불결한 위생 상태나 그로인해 얻은 병 등은 말해 무엇하랴. 당장 서울역으로만 가도 우리는 그분들을 볼 수 있을 테니.
 거리의 걸인들을 보면 일할 의지조차 없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하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혹은 사회구조가 그들이 자립할 수 없도록 만드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대나 공간은 다르지만 읽는 내내 남일 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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