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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긴 만남 - 시인 마종기, 가수 루시드폴이 2년간 주고받은 교감의 기록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한 때 루시드폴의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들었던 때가 있었다. <할머니의 마음은 바람처럼 넓어라>와 <들꽃을 보라>라는 노래가 너무 좋았다. 마종기 시인의 시집을 읽은 적은 없고 인터넷에서 가끔 맘에 드는 시를 본 적은 있다. 이 두사람이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루시드폴이 마종기시인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기획되었는가 했는데 좀더 생각해보니 두 사람 다 자신의 원래 하던 일과는 별도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라는데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던 것 같다. 몰랐는데 루시드폴 역시 스위스에서 자신의 전공으로 유학 중이었다고 한다. 음악을 할 것인가 전공을 계속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젋은 날을 고민하는 모습이 편지글로 미화되어서 인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젊은이보다 더 오래산 사람으로서 조언하는 시인의 모습이 참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워보였다.
루시드폴의 글이 늘 바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라면, 마종기시인의 글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나이에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루시드폴이 지은 시에 대해서 마종기 시인이 이런 부분은 좋지 않다라고 지적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내가 루시드폴이 된 양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되기도 했다. 또 루시드폴의 음악을 생전 처음 들은 시인이 처음엔 어리둥절하는 모습이 재밌다.
이런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 좋아하는 작가와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닐테니까. 이런 교신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의 예술을 하는데 있어 많은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또 이 글을 읽은 독자 중 누군가는 마종기시인에 대해서, 누군가는 루시드폴의 음악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이 생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