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살아가는데...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우에하라 다카시 지음, 이은주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4월

사실 이 책 제목만 보면 읽을 마음이 별로 생기질 않는다. 제목이 좀 달랐으면 좋았을텐데.. 책의 내용이 꼭 제목같은 내용만이지는 않아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감동..여운이 몰려왔다. 우리는 보통 나보다 더한 타인의 고통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저런 상황에서도 살아가는데 나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더 불행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이 책속에도 그런 고통에 처한 사람들의 다양한 예들이 나온다. 불의의 사고로 실명을 한 책을 너무 좋아했던 남자, 학교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 전화방에 집착하는 남편때문에 이혼한 여자, 독신으로 인생을 거의 홀로 살아가는 여자 등등.. 이런 예들을 나열한 책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그런 책들과 다른 것은 그들에 대해 가치판단하기보다는 그저 있는 실제 상황만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목소리가 그들의 상황에 나의 상황을 대입하여 나에게 힘을 주는데 거슬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이 사례들이 실제가 아니라 허구일지라도 하나의 단편으로 봐도 괜찮을 만큼 잘 읽힌다.  

내가 이 책에서 주로 본 모습은 고독에 관한 것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보다도 어쩌면 사람이 타인과 소통하며 살 수 없는 고독의 상황이 더 가혹한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책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독대처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삶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자기자신이고 그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자기자신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견뎌내야'하는 것일지도 그런 기회를 내려준 하늘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또한 이 책을 통해 간절하게 느꼈다.   

상처받은 누군가가 자존심을 회복하려 발버둥칠 때, 내 마음은 뭔가에 맞은 것처럼 강하게 울린다. 
"도망치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니까"라고 다지마가 머리를 긁적였을 때.
"나보다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아.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괜찮아"라며 나가누마가 전화기를 윤이 나도록 닦았을 때.
자전거를 밀면서 히가시가 "자신의 길은 혼자서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어"라고 중얼거렸을 때.
내 가슴은 꽉 조여드는 듯했다. (p.219)

이 글을 읽고 내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는 듯해서 나역시 가슴이 꽉 조여드는 듯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