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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여 지구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는 설정은 영화에서도 흔한 소재이다. 기억나는 영화로는 <아마겟돈>이 생각난다. 이 작가의 소설을 두권째 읽는데 읽으면서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여기저기 들어나 혹시 이학부 출신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네.
<중력삐에로>에서는 생물!이더니 <종말의 바보>에서는 지구과학!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소행성의 이름은 어떻게 붙이는가. 소행성의 특징은... 등등이 곳곳에 나와있다. 미래가 정해져있는 삶은 어떨까. 소설속의 사람들은 자기가 3년밖에 살지 못산다는 생각에 공포와 불안에 떨며 안절부절 못한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잠시 어느덧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큰일이 닥칠 것이지만 설령 그것이 이 생을 마감하는 것일지라도 흥분하지 말고 조용히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것이라는게 무얼까. 잠시 생각을 해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가 미워하는 사람과의 화해. 낯선 이들과 어우러져 따뜻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밖에도.. 하던 일을 계속 묵묵히 해 나가는 것도 있겠고..
필사적으로 사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서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필사적으로 산다는 것은 아둥바둥하는 것 같은데. 아닌가? 할 수 있는 것을 필사적으로 하라는 뜻일까. 지구에 종말이 온다는 것이 오보였기를 마지막으로 기도해본다.
내 눈에 들어온 문장들..
-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혹은 저렇게 했더라면, 하고 말하는 건 결국 어느 쪽을 고르던 마찬가지 결과가 된대.
- 신경쓰지마. 빗맞을 때가 많아도 항상 좋은 공간으로 뛰어드는 건 후지오 너니까 말이야. (축구하는 장면에서.. )
-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집에 박혀 있으면 애인은 생기지 않는다는 거야.
- KO순간을 파인더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직접 봐야 하잖아.
- 살아갈 수 있는 한, 꼴사나워도 좋으니까 계속 살아간다는 게 우리 집안 방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