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김중혁의 소설은 처음이다. 요즘 나는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있다. 다시 라고 하기에는 십수년만이지만, 검은 피아노앞에 앉아 흰건반위에 두 손을 내려놓고 있노라면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음악과 관련된 일화들은 요즘의 나의 일상과 맞물려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 낯섬과 새로움의 중간쯤에서 배회하고 있다. 모든 단편에는 음악이 등장한다. 음악은 청각인데 그것을 이미지화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자동피아노>에서 전화기를 통해 피아노를 연주할 때 나는 그 작은 소리가 들릴락 말락 했으며, <엇박자D>에서 엇박자로 노래 부르는 음치들의 노래가 들렸으니까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피아노를 더 열심히 배워보려 의지를 다졌고, 기타에 관심이 생겼다.  피아노를 만드는 과정이 서술된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고,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소리는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시타르의 현 하나를 조용히 뜯었을 때 나는 소리라는 부분을 읽고는 시타르가 어떤 악기인지도 검색해봤다. (인도의 전통악기라고 한다. 동영상까지 검색해서 들어봤다. ㅋ)   

 <유리방패>와 <나와B>를 읽으면서 그런 환상의 동지가 내게도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콩닥거렸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간관계는 거의가 우연으로 만나지만 그 인연의 실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사람들의 따뜻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8편의 단편소설을 하나의 테입에 담아 독자에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테입을 들어본지가 언제였던가. 중학교시절에 친구에게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녹음해 선물해주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 앨범에는 가장 좋은 곡과 지루한 곡에 편차가 있는 법인데 이 소설집은 대체적으로 모두가 재미있었다.

 악기를 배우는 것을 머리로 익힌다고 해야할 지, 몸으로 배우는 것이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악기를 하나하나 섭렵해나가야 인생이 좀 풍요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