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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삐에로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과 저 우스꽝스런 표지의 삐에로만 보고 이 소설의 무게를 측정하기란 불가능했다. 강간범에 의해 태어난 하루, 그는 자신이 강간범의 자식이라는 굴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뇌하며 살아간다. 스물 여덟,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아버지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여느 일본소설에서 처럼 참으로 쿨한 듯하다. 자신의 아내가 강간당했음을 알고도 그 자식을 낳아 키우기로 결심한 아버지. 그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 그들은 마치 세상의 중력을 벗어나 한없이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 자식인 하루만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방화범이 누구일까를 찾아가는 과정만을 보면 조금 추리소설 스러운 분위기도 풍기지만 그 방화범이 하루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혈연이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기를 소유한 두 형제의 우정이 부러웠다. 아버지를 살인하고 하루는 중력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용서가 가장 강한 복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말 그렇다면 하루가 한 행동은 가장 원시적 방법으로서의 복수일 것이다. 살인범죄를 저지르고 자수는 하지 않는 것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유쾌하고 왠지 즐겁게 살아갈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말처럼 심각한 것을 밝게 전하고 싶은 그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즐겁고 밝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말이 과잉보복은 안된다,라는 말도 해석되어질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딱 그 만큼만 복수해주면서 즐겁게(?)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