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학자의 인간에 대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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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프리모 레비의 이 책을 읽으며 감탄을 했다. '화학이란 학문이 이리도 매력적인 학문이었나!' 정말 감탄에 감탄을 했다. 제목처럼 화학원소기호가 제목이고 그 제목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들도 구성된 이 책은 그의 대학시절부터 아우슈비츠시절 그리고 수용소를 나와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동안에 있었던 일들로 구성된다. 번역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읽는 것이 조금 더뎠던 이유는 화학적인 전문적 지식이 있어서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이것이 인간인가>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학자로서의 세심한 관찰력은 비단 직업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그의 주변인에 대한 관찰로 이어진다. 그것은 매우 세심하고 객관적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객관적인 것 같은 서술에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혼합한 것이다. 감정이 늘 중립에 이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극한의 고통이 그에게 준 선물일까 아니면 과학자로서의 사명이 모든 일상에 드러나는 것일까 그의 글은 건조하지만 따뜻하기도 하고, 산만한것 같으나 결국 한가지로 귀결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일 것이다.

 이 혼합물이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지 여러가지 화학반응을 통해 그 원료를 찾아가는 것처럼 복잡한 일상속의 일화들도  정제 반응을 통해 어떤 본질에 이르게 된다면 좋으련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무언가를 거르고 반응시켜 본질을 찾아가야할 것만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업만큼이나 그의 문장들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