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더 하우스 1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 소설을 왜 읽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식을 주는 것도 아닌 가상의 이야기를 시간을 들여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주 인상적인 내용이 아니면 대게는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가버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 책 재밌어 혹은 재미없어 정도의 말만 해줄 수 있을 뿐인 소설을 말이다. 1,2권으로 되어있고 좀 두꺼운 이 책을 오늘 다 읽으면서 나는 비로소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 나 혼자 찾은 진리를 발견한냥 흐뭇했다. 함부로 말하기 꺼려지되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소설만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고아인 호머 웰즈의 일대기를 그린 이야기다. 이 소설은 성석제가 표현하였듯 삶의 아주 낮은 부분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임신, 낙태, 섹스에 대하여 시종일관 거침없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것 같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닥터 라치가 만든 규칙대로 처음엔 거부하지만 결국엔 고아원에서 낙태시술을 담당하는 닥터 스톤으로 변신하게 되는 호머의 이야기는 때론 서글픔으로 때론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캔디와 월리, 그리고 앤젤로 이루어지는 기묘한 가족의 형태는 그곳이 고아원이 아니라면 정말 이상하겠지만 그들의 삶의 배경을 알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 삶의 또 다른 규칙이 아닐 수 없다. 호머에게 션사인이라는 호칭을 지워주고 자신을 떠나버린 호머를 찾아 평생을 헤매는 멜로니의 일화도 재밌게 다가온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을 고아원아이들에게 밤마다 읽어주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데이비드 코퍼필드>나 <제인에어>를 찾아 읽어야 할 것 같다. 그 밖에도 바다가 보이는 과수원인 오션뷰에 등장하는 수많은 재미난 캐릭터들이 조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규칙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스스로의 규칙이 없는 방탕한 삶을 사는 것도 죄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라면 교훈이 될까. 닥터 라치가 죽고 그의 뜻대로 닥터 스톤이 되기를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왔다.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재밌고 무엇보다 표지까지 맘에 드는 이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자신의 '규칙'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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