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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크래커스
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평점 :
어렸을 때 먹었던 과자중에 동물원이라는 과자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과자는 동물모양이었다. 코끼리도 있고 토끼도 있고 곰도 있고 앙증맞고 귀여운 동물의 세계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그런 과자를 먹고 자란 아이는 그런 포근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동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란 나는 키우던 개와 고양이를 너무나 좋아했고 지금도 동물원 같은 공원느낌의 장소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더 이상 그런 느낌의 존재들이 아니다. 어딘지 낯설고 수상하다 못해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 인간들의 세상에서 동물들은 학대당하고 상처입고 괴롭힘 받다가 죽어간다. 토끼를 산채로 해부하는 어린 소년과 부러진 다리를 헝겊조각 꿰매듯 치료하는 엄마, 키우던 뱀을 죽이고 애인에게 그 뱀을 튀겨서 요리해주는 여자와 같이 폭력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행동에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원의 기린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가 하면, 아내가 자신보다 수탉을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수탉을 죽이는 남편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동물 학대에 관한 책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단지,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표현하는데 동원된 수단일 뿐이다. 극단적으로 표현되어 있긴 하지만 누구나의 숨겨져 드러나지 않는 이면에는 이런 폭력성이나 어두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자극에 의해 누구는 그런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치 정상적이어서 그런 폭력이라고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살아갈 뿐이다. 그런 폭력성을 전면에 드러내놓은 이런 소설을 읽을때면 어딘가가 불편하다. 이 책은 미스터리 추리물은 당연히 아니지만 내가 그런 책을 여태 잘 읽지 않은 이유와도 비슷한것 같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이면이 존재하고 그런 것들도 모두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믿고 싶어하는 것들은 밝고 따뜻한 포근한 것이라서 일까.
맛있고 귀엽게 생긴 앙증맞은 동물모양의 과자봉지를 열었는데 기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그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처음의 그 과자봉지가 겉으로 보기에 그냥 단지 먹고 싶은 과자봉지였었던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세상에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나이가 되었다. 작가는 그런 인간의 폭력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과자봉지를 열어서 그 안에는 일부러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이상에야 그걸 아예 몰랐던 시절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 그 이후에 우리들의 행동이 어찌해야할지를 생각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꺼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특이한 소재의 단편을 읽게 되어 좋았고,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내놓을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