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32) : 웬일/왠지


우리가 말을 할 때는 틀리거나 의식하는 일이 없는데 글을 쓸 때에 헛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웬일’과 ‘왠지’입니다. 

  ‘웬’은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의 뜻을 갖는 관형사입니다. 


   (1) 이게 웬 날벼락이냐. 

   (2) 웬 낯선 사람이 와서 널 찾더라. 




  그리고 ‘왠’은 혼자 나타나는 일은 없고 ‘왠지’의 형태로만 쓰이는데, 이 말은 ‘왜인지’가 줄어든 형태로,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의 뜻을 갖는 부사입니다. 




   (3)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4) 연녹색으로 돋아나는 새잎을 보면 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웬’은 관형사로서 혼자 쓰일 수 있고, ‘왠’은 ‘왠지’로만 쓰이는데, ‘웬’이 뒷말과 결합해서 새로운 말을 만들어 붙여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웬일’을 비롯해서 ‘웬걸, 웬만하다, 웬만큼, 웬셈’ 따위가 그러합니다. 




   (5) 웬일:어찌 된 일. 의외의 뜻을 나타낸다. 

                네가 웬일로 아침 일찍 일어났니? 

   (6) 웬걸: ‘웬 것을’이 줄어든 말. 의심이나 의외, 부정의 뜻을 나타낸다. 

                 웬걸요, 고마워하기는커녕 화만 내지 뭐예요. 

   (7) 웬만하다: 

       ① 정도나 형편이 표준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낫다. 

           먹고살기가 웬만하다. / 그 학생은 성적이 웬만하다. 

       ② ‘웬만하면’, ‘웬만한’, ‘웬만해서는’ 따위로 쓰여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 

         그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 웬만하면 네가 참지 그러니? / 그 분은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으시는 분이다. 

   (8) 웬만큼: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할 만큼. 보통은 넘는 정도로. ≒ 웬만치. 

         몸에 좋다는 약도 웬만큼 먹어야지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난다. / 그는 중국어를 웬만큼 할 줄 안다. 

   (9) 웬셈: 어찌 된 셈. 

        웬셈으로 네가 선물까지 가지고 왔니? 




  따라서 ‘왠지’에서만 ‘왠’으로 쓰고, 또 위에 든 단어 이외의 경우에는 ‘웬’의 형태로 뒷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10)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어. 웬 낯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웬일로 네가 날 찾아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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