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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상황이 좋을 때는 기분이 처지고, 상황이 나쁠 때는 기운을 낸다. 나 같은 처지가 되면, 당신 역시 기운을 낼 것이다. 상황이 나쁠수록 정신은 위로 오르고 싶어하는 법이니까. 그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끊임없는 고난 속에서 슬프고 절망적일 때, 신께로 마음을 돌려야 했다.
이 소설은 인도소년이 캐나다로 배를 타고 가던 중 조난을 당하는 과정에서 227일동안 살아남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아,, 한달음에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했다. 그에게 닥쳐온 절망과 분노와 슬픔과 연민이 동시에 밀려들어서 일까 오히려 표지그림의 작은 배위에 마른 조그만 소년과 벵골호랑이는 평화로워만 보이는데... 이 책은 정말 대단한 책이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근래에 읽은 책중에 이런 감동을 받은 책은 없었다.
나 같은 처지가 되면 당신 역시 기운을 낼 것이다 이말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어떤 상황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조난 당한 사람에 비유가 될까. 최소한 나는 내가 겪고 있는 고민이나 근심거리로 인해 생명이 위독하지도 않고 배고픔때문에 절망적이지도 갈증때문에 힘이 없지도 않으니 말이다. 파이의 고통스런 상황을 떠올리며 나는 어느새 내 아픔을 치유해나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생활이란 것을 만들어 나가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판단하는 어린 소년 파이에게서 나는 희망을 본다. 절망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