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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평점 :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창작과 비평사. 1995
나는 유럽여행을 하지 못했다. 내 친구들 몇몇은 벌써 유럽 여행을 다녀 온 친구들도 있다. 솔직히 나는 유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프랑스, 파리,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이색적인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을 그곳에 있는 내 모습 보다는 가까운 일본에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에 호기심을 보이는 내 모습을 더 원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 유럽이야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곳은 유럽이다. 멋드러진 건물들이 많고, 사회보장제도가 앞선 선진국이며, 낭만이 가득한 곳. 그 중에서도 샹송이 흐르며 에펠탑에 멋드러지게 서있는 프랑스 파리야 말로 유럽을 여행하기 바라는 사람들의 가장 멋들어진 여향장소가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가 낭만적 여행이 아닌 아픔의 장소였던 사람이 있었다. 낭만으로 가득한 프랑스에서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생활을 해야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홍세화씨다.
홍세화씨는 유명하다. 똘레랑스를 경험하고 그것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잘못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개혁에 노력하는 사람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세화씨의 책은 나온지 십년이나 되었지만 솔직히 한 권도 읽은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주치다 눈뜨다.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등의 책을 통해 홍세화씨를 만나고 이 사람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이제사 십년 된 책을 펼쳤다.
진보세력을 긍정하고 있는 필자라 나는 이 책 또한 그러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시작은 파리에 사는 사람으로서 파리에 여행온 사람들에게 구경해야 할 것들을 설명해준다. 개선문, 에펠탑, 베르사이유궁전, 루브르 박물관 등... 그렇게 많은 것들을 구경하고도 시간이 남아 자신을 만나 준다면 카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신영복씨가 그러했듯이 홍세화 이 사람도 지금으로 보면 큰 잘못을 하지 않았으나 그 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우리 나라의 일그러진 민주주의. 반공이라는 국시에 의해 빠리에 망명하게 된다. 빠리에서 한 민족에게도 배척받는 제3의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처지. 자신의 심정 그리고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아프게 이야기한다. 망명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망명 이유를 벽안의 프랑스인에게 설명해야하는 화자의 심정이 아프게 다가왔다. 그 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우리 나라에서는 나라를 떠나야 할 만큼. 또는 종신형을 받아야 할 만큼 큰 범죄라는 것.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이야 사회가 변하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도권에서는 아직도 색깔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분단이라는 우리 나라의 상황에 의한 것이지만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곳에서 이러한 일이 자행된다는 것은 어쩜 모순적인 일이 아닌지. 망명 상황을 설명할 당시의 벽안의 남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똘레랑스 정신으로 인해 그는 망명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누릴 수 있었다. 자녀의 교육비도 거의 무료였으며 자신이 잠시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도 모든 것이 무료였다. 또한 택시기사로서 일을 할 때에도 이방인이라고 불평등한 일을 당하지 않고
그들이 친절함 속에서 그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었다. 물론 이방인으로서 망명인으로서 화자의 심정은 편하지 않았겠지만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 정신은 이러한 화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의 택시기사로서의 생활에서 초보기사로 길을 잘 모를 때, 손님들이 화를 내지 않고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거나, 기사가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친절히 수정해주고 그에 적당한 택시비를 지불하는 모습에서 우리와 또 다른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작자가 살던 시대와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사회보장제도나, 이방인을 포용하는 자세 등은 많이 부족하다. 프랑스의 이러한 똘레랑스 정신을 우리 사회도 받아들이게 된다면 참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80년 생인 나는 분명 독재사회의 횡포도 모르고 자랐고, 광주에서 일어난 일도 모르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들의 저항 또한 잘 모르고 자랐다. 나는 그당시 국시였던 반공 교육의 끝자락을 보냈으며 데모 또한 경험하지 못하고 바람결에 듣고 자란 세대이다. 대학에서 급진적 성향의 총학생회 활동 또한 무관심이나 부정적 시각으로 보았으니 내가 자란 시대는 정말 자유의 시대가 아닌지...
그러나 이러한 자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아픔의 시간이 있었는지 우리 세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아픔의 시간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이 바로 이 책에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