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글을 쓰고 싶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가득한데
막상 공책이나 모니터를 바라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혼자서 있을 때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그 많은 질문들과 생각들을 그저 끄적거려만 놓아도 책 수십권은 될 듯 한데
생각이 시각적인 언어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겨울비를 맞으며 광안리 바다를 보았다.
흐린 하늘, 거친 파도, 젖은 모래사장이 나의 가슴을 마구마구 적셔주었다.
혼자서 바라보는 비오는 바다란...
가끔 내가 나에게 질려서 힘겨울 때 바다를 간다.
그러면 바다는 나에게 그 푸른 수평선을 통해 내가 고민하던 그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려준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맘속을 헤집어 놓는 그 모든 관계들과 일들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그림처럼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면 사라지듯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저 드넓고 고요한 바다에 비하면 내가 딛고 있는 지금 이곳의 삶은 한같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바다를 등뒤로 하고 나는 또 그 시끄러운 실타래 속으로 들어간다.
삶이 좀 더 고요하고 단순했으면...
저 바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