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연휴 잘들 보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어디 안가고 집에서 아이들이랑 뒹굴뒹굴 하며 보냈네. 현충일엔 동생하고 아이스퀘어 갔다 왔고, 토욜에는 아가들이랑 청소하고, 공원가고, 일요일엔 뒹굴뒹굴 늦잠자고, 아들이랑 게임하고(monument valley라고 엄청 멋진 게임), 책 읽고 또 애기들 데리고 공원가고, 밥해먹고 뭐 그렇게 일상을 보냈네. 별다를 것 없지만 그래도 순간순간이 참 충만하고 즐거웠다. 너희의 연휴도 그랬겠지? 별다른 거 없어도 그 시간이 전혀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닐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쌤이 읽고 싶은 책이랑 사놓은 책들이 엄청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그동안 읽지 못했어. 오죽하면 아파서 입원하면 책이라도 실컷 읽겠네 라고 생각을 했을까. 요즘 내 바람은 일주일 동안 아니 하루라도 도서관에서 종일 앉아 책 읽는 거란다. (믿기지 않겠지만 진심입니다) 잠시 짬이 난 틈을 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집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을 읽었어. 마흔 하나의 미혼의 만화가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적은 글인데 분량이 얼마 되지 않고 중간중간에 만화도 섞여 있어서 쉽게 빨리 읽을 수 있었어. 그리고 나도 이제 중년으로 접어들다보니 글 내용에 대해 공감이 팍팍 간다고 할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에 대한 그리움과 나이 들고 나서 익숙해지는 것들 또는 변화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한 권에서 두 쪽 귀퉁이를 접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저 구절 때문이었어. 잃은 뒤에야 비로소 그 눈부심을 안다라니... 너희는 이 구절에 대해 공감이 갈까? 나는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는데. 잃은 것이라는 게 비단 어떤 물질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예컨대 젊음이라던지 청춘이라던지 학창시절이라던지 혹은 어떤 감정, 사랑이나 질투나 뭐든 어떤 것들이든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것이 지니는 의미나 힘을 모르다가 잃은 뒤에야 그것이 가지는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것. 나는 나이가 드니 점점 그런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너희들에게도 이제 그런 것들이 하나씩 생기겠지. 그런데 나는 너희들이 잃은 뒤에 그 눈부심을 알기 보다는 그 눈부신 순간에 그 눈부심을 알아 제대로 즐기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도.


무엇이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려무나. 나중에 해야지 라는 말은 게으른 핑계란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나는 너희들이 지금 여기에서 충만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언제든 돌아봐서 후회 없을 정도로. 그리고 눈부신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도.

 

다시 일주일 시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해야지. 또 열심히 웃고 사랑하고 즐기고.   

이루지 못한 꿈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
거기에 비하면 '경험이 끝난 것들'을 내려놓는 편이 몇 배 더 충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이런저런 것들을 놓아버려야 하는 시기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의외로 고통스럽다. -p41


‘잃은 뒤에야 비로소 그 눈부심을 안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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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선거와 투표는 2002년 대통령 선거였다. 

다들 이회창이 될거라고 믿고 있었다.

나도 이회창이 될거라 생각하고 노무현을 찍었다.

그때는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몰랐다. 그냥 노무현을 찍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다.

5년 동안 그는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대통령이었다.

밥먹다 체해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소리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으니.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소추 당했고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민들이 촛불을 들게 했고

다시 나라를 다스렸지만 무시와 멸시와 모욕을 당했던 당신.

고향으로 돌아와 대통령이 아니라 촌부로서 살아가던 당신.

손녀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논밭을 지나가던 당신.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하고 사진을 찍던 당신.

얼큰하게 술 한잔 하고 노래 부르며 즐거워 하던 당신.


이제 당신은 가고 세상은 더 어지러워졌다.

그래도 당신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꾸준히 추모하고 책을 내고 노래한다.

죽어서 산 당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당신.

내 첫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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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르칠 교 스승 사)

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선생(먼저 선 날 생)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이나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높여 이르는 말.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남자 어른을 높여 이르는 말.

 

스승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비슷한 말] 사부(스승 사 스승 부)

 

국어 사전에서 교사와 관련된 단어들을 찾아 그 뜻을 정리해본다. 나는 교사이고 선생은 맞는 것 같은데 스승까지는 아닌 것 같다. 교사라는 건 직업으로서의 직위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고, 선생은 먼저 난 사람이란 뜻으로 국어 선생님 혹은 고영아 선생님 할 때의 호칭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스승은 아닌 것 같다. 스승이란 말을 들을 수 있으려면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자기 앞가림 할 수 있을 때 문득 돌아보니 그 선생님의 가르침이 생각나고 잊혀지지 않는 경우에 그때 비로소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스승의 날이 참 부끄럽다. 호구지책(밥벌이 수단)으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거기다 스승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해주니 너무 부끄럽다. 나는 너희들 부모님이 주시는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그것으로 부족하지 않게 잘 살고 있다. 그러기에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또한 우리 만나 생활한지 2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스승의 은혜에 감사한다며 카네이션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도 참 쑥스러운 일이다. 정말 감사하다면 우리 1년 다 보낸 후 너희들을 진급시키고 나서 감사의 인사를 받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해서 나는 너희들에게 부탁한다. 스승의 날이라고 돈을 모으고, 무언가를 선물하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너희들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있으니 너희 돈은 결국 부모님 돈이다. 그 돈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하지 마라. 두 달 동안 감사한 일이 뭐 그리 있겠냐 만은 혹여나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면 진심이 담긴 손편지나 한 장 써다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나중에 너희가 대학 진학하고,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에 너희 손으로 돈을 벌게 된다면, 그리고 그때 내가 가르쳐 줬던 것들이 잊혀지지 않고 생각나며 너희 삶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그때 너희가 번 돈으로 감사를 표현해라. 그때는 너희의 마음을 온전히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나도 너희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저 바다 밑에서 괴로워 했던 아이들을 떠올리면 나는 그저 한 없이 부끄러운 어른이다. 그 죽음을 보고서도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너희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어른도 아니고 선생도 아닐 것 같다. 그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끄럽고 죄스러운 날들 속에서 더 부끄럽지 않고, 죄스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가르치고 더 열심히 행동해야 할 것 같다. 그 길이 지치지 않도록,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너희들이 나를 다독여주길 바란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나는 너희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너희로 인해 나는 또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배우고, 살아간다. 내 스승은 바로 너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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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게 글자 쓰기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덧셈, 뺄셈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구구단 외우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토끼 키우기, 닭장 만들기, 찰흙으로 연필꽂이 만들기, 색종이로 카네이션 만들기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끄럼틀에서 떨어졌을 때 업고 병원에 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소풍 가는 길에 롯데 이브껌 주셔서 고맙습니다.
졸업식 날 사진 찍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인환 시집 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집에 불러서 오뚜기 카레 먹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전학 가는 날 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겨울에 백일장 나갔을 때 낮술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담배 피우다 들켰을 때 라이터만 뺏고 안 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파출소에서 뒤통수만 한 대 때린 후 데리고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다 알면서 속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실패에 슬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게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바닷물에 잠겨 죽을 때에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우리 곁에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류근 시인, 20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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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날들.

사유하지 않는 삶이 어떤 꼴을 만드는지 새삼 꺠닫게 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삶인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결국 나치의 명령에 충실했던 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아닐까?

 

생각하지 않고 반성할 줄 모르며 제 이익에 눈이 먼

그저 맹목적인 애국심과 돈이면 다 되는

그런 괴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건 아닐까?

 

무섭다. 그리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 한다.

우리의 삶에 희망이 있다고, 기적이 있다고.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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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4-2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누스 코르착 님과 아이들처럼
씩씩하고 즐겁게 노래하는 하루를
맑게 빛내면서 기운 내시기를 빌어요.
 

http://music.naver.com/video/linkVideo.nhn?videoId=42850

 

노랫말이 마음을 찌른다.

 

신랑과 처음 만나 사귀었던 것이 스물 다섯, 스물 하나였는데

우린 결국 사랑하고 결혼했지만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저린다.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 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 해.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너의 목소리도 너의 눈동자도
애틋하던 너의 체온마저도
기억해내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데
흩어지는 널 붙잡을 수 없어.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우~
우~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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