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면 - 사랑하는 아들에게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5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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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해주고 싶어 나섰던 '엄마가 미안해' 편지 공모전. 운이 좋아 당선이 되어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과 앨리슨 맥기의 글로 이루어진 예쁜 두 권의 책. 저는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헀는데 막상 책을 읽어 보니 이건 동화책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더군요. 특히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좋은 책.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내 것을 온전히 내려놓는 삶인 듯 합니다. 그리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하고, 보게 하고, 느끼게 하는 일이구요. 나만을 위한 삶을 살다가 나에게 기대어 나만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위해 한없이 베풀고 이해해야 하는 삶으로 바뀌게 되는. 그것이 엄마가 되고 부모가 되는 삶이 아닌지요.


아들만 둘이기에 두 권의 책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 - 너를 보면'을 먼저 읽었습니다. 이 책을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는 것은, 너무나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커다란 상자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깨우쳤기 때문이었습니다. 하하. 사내 아이들에게 상자는 은신처이기도 하고, 자동차이기도 하며, 보물상자이기도 하고, 우주선이 되기도 한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가 그 상자를 가지고 보내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지 깨닫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별 것 아닌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것이 되고, 어른들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가치있는 일이 되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통해 어른들도 잊고 있던 자신들의 과거와 생각과 꿈을 일깨운다는 것. 그런 시간을 통해 또 성장해가는 것이 부모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딸에게 - 언젠가 너도'는 엄마가 된 모든 여자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손가락 하나하나에 감동해서 그 손가락에 뽀뽀를 하게 되는 작고 예쁜 아기가 아이가 되고, 의지가 생기며 스스로 경험하는 일들과 생각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예쁘게 그려져 있습니다. 엄마의 손을 꼬옥 잡던 아기는 커서 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가 되지요.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할머니가 되었을 때 그때 자신을 키워준 엄마를 떠올리게 될거라는 이야기. 이건 한 여자의 삶 혹은 한 인간의 삶을 간략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라고 보아도 좋을 듯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마냥 나이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닌 듯 합니다. 내가 중심이 아니라는 것, 온전히 희생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희생의 시간을 통해 또 삶을 배우며, 더불어 살아갈 친구를 가지게 되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 혹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 두 권의 그림책이 성장과 삶, 배움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림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봐야할 것 같네요. 엄마들도 아이들에게 마냥 책읽어라 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그런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abytree.hani.co.kr/206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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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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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해본 사람은 그동안에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온통 그 사람만으로 가득한 일상들. 

생각도 마음도 몸도 그 사람을 향해 있는 시간들.

그때 느낀 열정은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 열정의 시간을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써냈다.

사랑에 빠진 사람, 혹은 사랑에 빠졌던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을 수 있는 내용.


읽는 동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맨 마지막 구절.

저 사진 안의 구절이 참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남진우의 비평집에서 처음 본 걸로 기억한다. 근데 출처가 이 책인 줄은 몰랐다.

이 구절을 읽으며 '여기서 나온 말이었구나'하며 감탄했다.


짧지만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준 책.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다시 만지작 거리게 한다. 


그 사람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 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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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불꽃 - 뉴욕의 빈민가 아이들과 함께한 25년
조너선 코졸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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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희망의 불꽃'. 원제를 번역하면 '재 속의 불꽃 혹은 재 속의 불씨' 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타고 남은 재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불씨를 발견하여 그것을 키워내 활활 타오르는 불로써 키워낼 수 있는 가능성.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조너선 코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문예출판사. 2008)'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처음 발령 받았던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께서 선물해주신 책이었는데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시 만난 그의 책은 '교사로 산다는 것(양철북. 2011)'으로 '오늘의 교육'에 서평을 쓰기도 했다. 두 책을 읽게 된 것 모두 내가 존경하는 두 선생님의 권고 덕분이었다. 두 분 다 공교육 현장에서 애쓰시는 분들이고, 사회 운동도 열심히 하시며 아이들에게 바른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었다. 


조너선 코졸 또한 그러한 사람이다. 미국의 공교육 현실을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으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교육자이다. 그는 공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교사 또한 그러한 현실을 바로 보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학자적인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그 현실을 바탕으로 사회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고쳐 나가자고 외치며, 다양한 활동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이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실천가로서의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만난 다양한 가족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환경과 교육의 영향이 미치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무지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더라도 환경적 영향에 의해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는 경우(에릭, 크리스토퍼, 실비오)가 있고, 주변의 도움으로 인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름의 성공과 행복한 삶을 이루어낸 경우(벤저민, 제러미, 파인애플)가 있다. 저자는 그저 이러한 경우가 있다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고 또 도와주며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가족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13. 우리 날수를 헤아리자'와 에필로그를 통해 그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한 아이가 성장하며 올바르게 살아가고 나름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는 그들의 의지만을 탓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적인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경험한 것을 통해 알려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사회가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공교육 현장에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환경이 어떠한 경우에라도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하여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아이의 삶은 분명 좀 더 나아질 수 있고, 자신만의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07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에서 리어나도의 친구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교도소를 여러번 들락거리던 친구를 대학 수업에 데리고 다니면서 일어난 이야기. 친구 따라 갔지만 수업을 들으며 교수에게 질문도 하고 평온한 캠퍼스 정경을 보고 놀라는 장면. 그 이후 내면의 변화를 겪었다는 그 이야기.


이 이야기는 환경이나 교육 혹은 기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일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회를 공교육 현장에서 혹은 국가가 구축해 놓은 사회적 장치를 통해서 제공해야 할 것이다.


" 빈민 지역 아동들의 경우, 사회 구조에서 비롯한 기존 환경의 문제점은 <부모의 결함>, 혹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안이하고 허술한 표현으로 쉽게 무마할 수 있는 하찮은 문제가 아니다. 이런 표현은 미국이 빈민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학계와 정치계의 악당들이 의존하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p347


" 이런 자선은 그 규모가 아무리 크다 해도 제도적인 형평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공교육의 성과를 대체할 수 없다. 파인애플과 제러미가 이룬 학업적인 성취를 보며 예외적인 기회가 허용된다는 것을 자축할 것이 아니라, 빈곤이 만연한 지역의 공립학교에 넉넉한 자원과 소규모 학급 구성,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충분한 보수를 받는 교사들을 보장하여 모든 아이들이 배움을 만끼할 기회를 누리도록 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빈민 아동들은 신중한 선택 과정을 거쳐 선발되거나 우연히 온정이 넘치는 사람들의 눈에 뜨일 경우에만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자선과 우연, 협소한 선발의 기회는 민주적인 사회의 아동 교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p348


이 책을 단순히 빈민가의 아이들의 삶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저기 있다. 이는 곧 국가가 갖추어 놓은 사회시스템 및 공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고 올바르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면 나와 내 아이가 살고 있는 사회, 국가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http://babytree.hani.co.kr/205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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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7-3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빛을 일구는
밑거름이 될 책이겠지요.

언제나 아름다운 사랑이 되시기를 빕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었다. 이후로 매 새책이 나올 때마다 기쁨에 들떠 책을 사고 아껴읽은 기억이 난다.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생활 하는 동안까지 꾸준히 나온 책이 내 나이 서른 다섯 지금에 일본편까지 나왔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1권 첫머리 구절을 아직 기억한다. 저자의 사랑이 변치 않고 지속되어 지금까지 좋은 책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 책을 읽고 난 뒤 나 또한 사랑하는 것들이 생기고 달리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때문에 나에게 창비의 책 하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사람들이 꾸준히 읽으며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사랑까지 갖출 수 있는 좋은 책. 이런 책을 만드는 곳이 창비라는 출판사가 가진 미덕이며 앞으로도 지향해야할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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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ladin.co.kr/events/eventbook.aspx?pn=140701_15th_records&CustNo=732250103



알라딘 15주년 기념. 당신과 함께한 알라딘? 이라는 페이지.

2010년 초까지 yes24를 쓰다가 그리스 신화와 비극 공부하면서 일리아드, 오딧세이아 , 그리스비극전집을 사려다 보니

알라딘이 싸길래 구입하면서 어찌 정착했다.

4년간 만난 책이 676권. 선물한 책도 있고, 채 읽지 못한 책도 있고.

그랬든지 어쩄든지 책을 사고, 읽고 그 안에 담긴 보석같은 글귀들 의미들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요즘 시간이 없어 넘처나는 글들을 다 읽지 못하고 있는데

짬짬이 책 읽으며 또 배우며, 가르치며 살아야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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