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사랑을 해본 사람은 그동안에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온통 그 사람만으로 가득한 일상들. 

생각도 마음도 몸도 그 사람을 향해 있는 시간들.

그때 느낀 열정은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 열정의 시간을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써냈다.

사랑에 빠진 사람, 혹은 사랑에 빠졌던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을 수 있는 내용.


읽는 동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맨 마지막 구절.

저 사진 안의 구절이 참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남진우의 비평집에서 처음 본 걸로 기억한다. 근데 출처가 이 책인 줄은 몰랐다.

이 구절을 읽으며 '여기서 나온 말이었구나'하며 감탄했다.


짧지만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준 책.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다시 만지작 거리게 한다. 


그 사람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 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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