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 나무와숲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대학교 심리학 강의 시간에 그랜트 연구에 관해 잠깐 들은 기억이 난다. 하버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몇십년간을 종단연구한 것이라는 짤막한 언급이었던 듯 하나 뇌리에 깊이 박혀, 언제 기회가 되면 꼭 관련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접어두었었다. 

대학졸업후 거의 십년이 되어가는 마당에 그랜트 연구결과 발표를 기사에서 접하고 너무나 반가웠다. 행복한 노년에 인간관계가 절대적이라는 얘기였고, 이 참에 꼭 조지 베일런트가 쓴 관련 저작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했으나 대부분 품절이라 오프라인으로 어렵게 이 책을 구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그랜트 연구뿐 아니라,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들과 비교 대조 표준 집단이었던 이너 시티 집단, 지능지수 140이상인 아이들을 연구대상으로 했던 터먼의 여성 집단 포함 세 집단을 대상으로 거의 일생을 추적하여 행복한 노화의 표지자를 찾고자 했다. 

조지 베일런트는 성인이 이루어야 할 여섯가지 발달 과제를 중심으로 행복한 노년의 필수 지침을 세우게 된다. 요는 정체성,친밀감,직업적 성공,생산성,의미의 담지자이다. 각각의 사례 등에 이 기준을 적용해 보며 과연 행복한 노년의 필수 요건은 무엇인가에 접근해 가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롭고도 약간은 비감어린 것이었다.  

유년기와 노년기가 유효한 상관관계를 꼭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조금 안도하면서도 대체로 유년기가 행복하면 노년도 그러하다는 결론에는 또 착찹해 지는 것은 나름대로 행복한 유년은 아니었다는 결론 때문일까...가장 인상깊었던 대상자는 판사 홈스...삼대가 모두 행복한 모습의 묘사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부러움이 일었다. 홈스 판사의 어머니를 방문했을 당시,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던 모습이 홈스 판사의 노년과 오버랩되었다는 얘기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또한 그가 77세가 되었을 때에 죽을 때가 가까워질수록 아내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져만 간다고 고백했을 때에는, 행복한 노년과 행복한 결혼생활과의 깊은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노년까지 큰 굴곡없이 충만하기만 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삼대까지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데에는, 정말 이기적인 유전자가 누리는 행복아닌가 하는 약간 삐딱한 생각도 해본다. 제일 부럽고도 얄미웠던 ㅋㅋㅋ 그리고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가 인상깊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의 슬픔이나 사랑,분노의 감정을 잘 다독거려주고 자상하게 보살펴 주었는가, 아니면 아이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부정적으로 치부해 버렸는 가에 다라 노년이 좌우될 수 있다니 명심해야겠다. 

노년의 삶의 질은 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지었던 나에게 그렇지 않다는 실증적인 예를 접하게 해주었고, 그러나 사회복지수준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부분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느 부분이 있다. 또한 내리사랑을 강조하고 자식의 부모부양이 고통이 될 수 있고 삶의 질을 저해한다고 단정짓는 부분은 공감이 가면서도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술술 읽히는 편이며, 아무래도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데에 묘한 흥미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철저한 논픽션이다 보니 일관적인 결론인 아닌 유동적인 가치관 적용에 혼란이 들고 그 사람의 삶을 전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닌, 진술에 의존하는 것으로 허구가 될 수도 있다는 데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빛나는 것은 노년이 사회적 계급이나 유년의 성장 배경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 의지, 배우자 등에 의해 재구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평을 보여준다는 데에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도 충분히 많이 행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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