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하다.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나면 말투가 묘하게 변한다. 그때 그랬던 그 묘한 기류가 돌아온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인데 중년의 공기는 십대들의 엉뚱한 유쾌함과 바톤 터치. 잃어버렸던 시간이 조금씩 돌아온다. 그대로네. 이런 별로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들. 하지만 그 안의 우리는 정말이지 그렇다. 분명 세월에 좀먹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아직도 그런 구석이 있다. 그 느낌은 찰나적이고 우뭇가사리 같다. 친구와 헤어지면 다시 나는 변함 없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경험한다. 시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시간은 나를 온통 쥐고 흔드는 것도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 앞에서는 당최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운다는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양자중력 이론을 내가 제대로 완벽하게 이해할 리는 없다. 하지만 그의 글솜씨는 정말이지 과학과는 아주 거리가 먼 나까지 포섭하고야 만다. 그냥 이런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한번 다 그의 책 만큼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작가다. 시간의 본질을 그가 완벽하게 규명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아니 연구하면 할수록 더 미궁에 빠졌다,는 고백이 더 사실에 가깝다. 순차적이고 선형적인 흐름은 하나의 허상이라는 얘기, 우리가 인식하는 과거, 현재, 미래는 우주적 차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은 알아들을 수 있다. 우리가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차례로 인식하고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폄하하지는 않는다.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숱한 공백들과 모호함이 시간의 흐름이라는 허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어제 만나 친구가 된 너와 오늘 만나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일이 착각일지라도 그건 아름다운 절규라는 이야기다. 


그나저나 환갑이 된 작가가 죽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니... 아,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큰 배포를 질 수 있다는 말인가, 싶어 부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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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7-09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저희집에 머문지 20일이나 됐는데 오늘에서야 의미를 찾네요.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blanca님을 포섭한 글쓰기라니~~~ 사뭇 궁금해집니다^^

blanca 2019-07-10 10:48   좋아요 0 | URL
아, 추천합니다. 어느 선에서 멈추고 나아가야 하는지를 기막히게 잘 아는 작가인 것 같아요. 잘 읽히고 여운이 긴 책이라 후회하지 않으실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