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내가 외국인을 밀치고 허둥지둥 지하철 빈자리로 달려가면, 내가 왜 지하철에서 그렇게 절박하게 빈자리를 찾는지 그 이유를 이 나라가 궁금해할까? 아닐걸? 그냥 국격이 어쩌고 하는 얘기나 하겠지.

- chapter7. 남십자성 中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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