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도서관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오늘 1교시부터 5교시까지 내리 다섯 시간을 했다. 헥헥...
도서실 이용법 이런 거 하믄 부담 없는데, 교과 관련된 도서실 활용수업을 사서교사가 해보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뭐... 계약직한테, 일당 3만 얼마쯤 되는 사람한테 너무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우쨌든 하라믄 해야지 우짜겠노 ㅠㅠ
오늘은 5학년 친구들에게 6단논법에 대해 설명하고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교재는 5학년 읽기책에 나온 박제상 이야기.
박제상이 어느 나라 사람인 줄 아냐?
이러면서 신라 이야기를 좔좔 들려준다. 박혁거세에서 남해차차웅, 유리, 석탈해... 그러다가 김씨 중에 미추왕이 제일 먼저 왕이 되고... 그러다 내물왕이 왕이 되었는데, 이때 고구려는 광개토대왕이고 백제는 근초고왕 시절이고...볼모가 어떻고 실성왕을 거쳐 눌지왕이 왕이 되고...그 다음엔 읽기책에 나온 그대로이고, 박제상이 죽고 나서... 부인 죽고, 둘째딸은 미사흔 왕자의 부인이 되고, 아들은 백결선생이고... 그래서 방아타령까지...
이쯤해서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어느 책에 나왔는지, 어느 코너에서 책을 고르면 되는지 살짝 곁들여주고...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나도 신나서 점점 말이 빨라진다. 1교시때는 15분 걸렸던 이야기가 5교시가 되니 10분에 끊었다. 아이들은 무지 숨가빴겠지.
그 다음은 6단논법.
오늘의 논제는 '충성도 좋지만 박제상은 한 가정의 가장이므로 가족을 먼저 돌보았어야 했다' 였다.
참 이상한 게, 일단 자기 생각을 정리해보라고 한 후에 조용히 손을 들게 했는데, 반에 따라 확! 쏠린다. 어떤 반은 가장의 의무에, 어떤 반은 신하로서의 의무에.
토론을 붙이고, 생각지도를 완성한 후 6단논법으로 정리하게 했다.
그 중 눈에 띄는 의견
왕의 동생 둘이 어떻게 자기 아들보다 더 중요합니까!
그렇게 자기 동생이 중요하면 자기가 가지 왜 신하를 보냅니까, 혹시 눌지왕이 죽으면 왕이야 다시 뽑으면 되지요.(선거가 얼마 안 남은 관계로 ^^)
가장은 한명이지만 신하는 여럿이다. 고구려에 한번 다녀왔으면 할 만큼 했다.
그렇다고 어떻게 집에 들르지도 않고 일본에 또 가냐. 충성이 그렇게 중요하면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지.
아버지가 그렇게 고생을 시키니까 내공이 쌓여서 백결선생 같은 음악가가 나온 거다. (예술은 원래 배고픔에서 나온다나?)
미사흔과 복호는 단순히 왕의 동생이 아니다. 우리가 독도를 지키려고 하는 게 땅값때문은 아니다. 나라의 자존심이다.(와우, 얘 5학년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