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의 한 토요일, 남편이 출장간 틈을 타, 동네 아줌마들 두 명이 밤에 놀러왔다. 도서관에서 일할 때 잘 도와주던 엄마들이고, 아이들 학원으로 '돌리지' 않는 건전한! 엄마들이었는데... 음... 아이들 공부 시키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밤 10시에 와서, 아침 다섯시에 새벽기도간다고 일어설 때까지... 맥주캔 스무 개 깠는데, 거의 나는 듣는 쪽이었고, 그 둘은... 대단했다. 나는 그날, 수학 문제집이 대충 6단계로 나뉜다는 것도 알았고, 잠수네 영어가 뭔지, 어떤 책은 분당 몇 단어짜리인지... 처음 들었다. 나에게는 거의 외국어 수준이었고, 그 다음날부터 거의 일주일 동안, 나는 고민해야 했다.
나랑 친한 선생님께 마침 전화가 왔기에 여쭸다. 수학 선행이 필요하냐고.
선생님께서는 몹시 어렵다고 하시면서, 공식적인 멘트는 필요없다, 수업중에 충분하다 이지만, 90%의 아이들이 선행을 하고 오는 현실에서, 아무래도 선행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이해는 하지만 속도는 느리더라, 그러다 보면 자신감이 없어져서 나중엔 못하게 되더라... 그런 말씀을 하셨다. 즉.. 예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선행과 예습의 차이가 정확히 얼만큼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위기상 한학기 정도는 선행이라기보다는 예습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기탄수학을 시키기로 했다. 기탄수학도 여러 가지가 있던데, 연산연습하는 것과 응용문제 있는... 울 아들... 난리났다. 엄마가 왜 이러시나, 반항도 했다가 버텨도 봤다가... 하루에 세장씩 여섯 장 푸는데 오만 가지로 얼굴을 찌푸린다. 그러나... 엄마는 못본 척이다.
오늘... 아들놈은 문제도 틀린 이런 책을 자기에게 공부하라고 한다고... 투덜댄다.
뭐? 문제가 틀려? (너 잘 걸렸다)이 녀석아, 그 문제집 한두 사람이 보는 게 아닌데, 틀린 문제가 있겠냐? 니가 무슨 초판 푸는 줄 아냐? 지가 못한단 소리는 안 하고...
라고 먼저 야단을 쳤더니, 아들놈이 확실히 틀렸단다.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식을 세울 수가 없단다.
48명의 아이들이 8명씩 조를 짜려고 합니다. 한 조에 몇 명입니까?
음... 틀렸다. 8명씩 조를 짠다고 해놓구선 한 조에 몇 명이냐고 물었으니...
아들놈은 식을 이렇게 세웠다. 8=8
당장 기탄수학에 전화했더니 통화중이어서 홈피 찾아 고객상담 뭐 이런 란에 편지 썼다. 금방 전화가 왔다. 이해가 안 간다고, 뭐가 틀렸냐구...ㅜㅜ
설명을 했더니... 알았다고 끊었다. (난 고맙다고 하거나, 아니면 그 다음단계 책 보내준다고 할 줄 알았다. 꿈깨라!)
어쨌든, 아들놈은 칭찬해줬다. 3분만에 풀라는 페이지를 30분씩 잡고 있어서 벼르고 있었는데... 1대 0 아들놈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