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진 꽤 유명한 카페가 하나 있다. 다음 카페, 맞벌이 부부 10년 안에 10억 모으기 (쓰고 나니 정확한 이름이던가 잠시 의문이... --;) 나도 여기에 가입한 회원 중 한 명이다. 나름대로 나도 재테크를 잘한다고 생각해왔지만 갈수록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져가고 정보는 넘쳐나기에 불안했을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재테크를 잘했던 건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어렸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대학시절 나는 아르바이트를 언제나 잘 물어다 주던 친구였고 어디에서 뭘 하면 좋다더라는 정보도 늘 제공해주었다. 또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재미도 느끼고. 어느새 알차게 모아서 내가 사고 싶은 것도 사고, 남보다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사는데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점점 자린고비가 되어갔다. 상당히 치사한 이야기지만 일상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다보니 돈을 적게 쓰는게 습관이 되었고, 물론 당연히 내야 하는 돈을 안내가면서 아꼈던 적은 드물지만 그 반대를 짚어보면 남에게 뭔가를 사고, 돈을 지불하는데 나선적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였다.
자기 관리 못하면서 흥청망청 마구 퍼서 쓰는것도 물론 잘못이겠지만 너무 아끼자 아끼자 외치는 바람에 짠순이처럼 구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들인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돈 쓸려고 하면 손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렸단 말이다.
그러던 내가 하나의 변화를 겪었다.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쓰던 돈의 단위가 바뀌면서 소비를 한 번 하게 되었고 그런 벽을 넘어서자 돈 쓰는데 조금 더 자신(?)이 생겼다. 하하...
오늘은 그 10년 안에 10억 모으기 카페의 정기 메일이 오는 날이었다. 언제나 베스트 게시물을 뽑아서 링크를 걸어 보내주는데 오늘 내가 읽은 게시물 중 기억에 남는 글이 있었다. 200만원을 쓰고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이유.. 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내용인즉슨 28 살의 미혼 여성인데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잠깐 쉬는 기간을 가졌고 그 참에 자신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월급 통장 관리를 어머니께 맡겨왔는데 어머니가 아껴가며 돈을 잘 모아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께 어렵게 말을 꺼내 200 만원을 쓰고자 한다고 했단다. 그 200 만원은 다름 아닌 가족들을 위해 쓰려고 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럴 필요 없다고 나중에 너 돈 쓸 일 있을때 보태서 쓰게 그냥 두라고 하셨다지만 어렵게 어머니를 설득해 200 만원을 찾았고,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에게 골고루 필요한 물건과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200 만원을 다 썼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8개월간 힘써 모아야 할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한다.
돈을 모으려는 것, 아끼려는 정신..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 카페에서도 종종 지적되는 바 모으기 위해서 모으는 것은 아니다. 쓰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며 정당하게, 적절하게, 옳게 써야 그 모음이 비로소 값지게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거기 올려진 수많은 글을 보면 정말 굉장하게 아끼고 사는 분들이 많다. 마사지는 커녕 기초 화장품도 샘플로만 다 쓰고 자기 계발은 커녕 기본적인 먹거리도 근검 절약하느라 남들의 반도 안 쓰는 분들. 때로는 과도한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모아야만 하는 처지의 분들도 있지만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그만큼이나 절약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한 2년 전에 소비 패턴을 바꾸기 시작했다. 싸구려 마트용 화장품도 아끼고 아끼며 사던 내가 이제는 화장품 값에도 돈을 쓴다. 옷도 가방도 신발도 모두 1만원 남짓이 상당부분이었던 내가 이제는 브랜드 옷도 갖고 있다.
내가 작년에 돈 쓴 일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 번의 해외여행비였다. 일본, 호주 각 한 번씩 겨울과 여름에 다녀왔고 목돈을 지출했지만 그 여행은 나에게 꼭 필요했으며 값어치가 있었다. 나이 30 이 되도록 해외 한 번 나가지 못해서 갑갑증을 느꼈던 내가 용기를 내어 결단을 내렸던 것이었고 그 결과는 좋았다.
그리고 틈틈이 돈을 모아 부모님께 김치냉장고, 텔레비젼, 식기세척기, 냉동고, 코트, 핸드백 등 선물해드린것도 역시 잘한 것 같다. (할부금 붓느라 좀 고생이긴 하지만 ^^)
얼마전에도 집에 갈 때, 예쁜 스카프가 있길래 어머니께 사다 드렸다. 솔직히 비싼건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무척 좋아하셨다. 평소 늘 말씀하시던 아이고, 왜 돈 쓰고 그래. 이런거 안사도 되는데 참.. 이런 말도 없으신것을 보니 마음에 꽤 드셨던 모양이다.
돈, 아끼고 모으는것도 좋지만 나 자신과 그리고 가족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새삼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