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 터키가요.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는 후배의 첫마디였다.
으응? 언제? 며칠이나?
일요일에 출발해요. 17일간.. 그냥 터키만 17일이요.
휴가낸거냐?
아뇨, 회사 관뒀어요.
아, 이 대목에서 잠시 정적. 나는 진정 녀석이 부러웠다. 회사 관두고 여행가는 것은 또 직장인의 한 로망이 아니던가. 늘 상상만 하곤 하는. 현실화 하기엔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으므로.
어제 고민하다 오늘 비행기표를 사고, 일요일에 떠난다니 참 대단하다 싶다. 터키에는 지금 눈보라가 몰아친다고 하는데.. 비수기라 대한항공 직항으로 표를 끊어도 90만 원이라니 참 싸긴 싸다. 그 추운 곳에서 후배는 홀로 17일간 여행을 할테지. 혼자 잠을 자고, 걷고, 밥을 먹고,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인사차 내 안부를 묻는 후배의 질문에 나는 그다지 신통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더는 묻지 않는 후배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사실, 더 말할래야 말할 것이 없기도 했다.
예정했던 일은 이따금 틀어지고, 어느 누군가는 갑자기 이렇게 항공권을 구입하고 또 어느 누군가는 전부터 사둔 항공권을 취소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