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심할거라는 일기예보가 반복적으로 들려오던 일요일. 

주의하라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주의를? 

황사용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되는것일까? 귓구멍으로 들어오는 황사는 무해한가? 귀마개?  

그러다 문득 낙석주의 표지판을 떠올랐다. 

 

낙석주의 표지판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리는 

섬뜩한 표지판의 그림을 보면서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낙석 구간이라는 거고 주의를 하라는 표지판인데 대체 어떻게 주의를? 

전방을 예의 주시하며 피해봤자 아래는 낭떠러지 옆에는 반대차선인 이 도로에서 뭘? 

이렇게 물었더니 그 사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신경쓰고 긴장 하면서 운전하라는 이야기지, 하지만 떨어지는 돌을 피하려면 억세게 운이 좋지 않고서는 힘들어.   

 

황사고, 돌무더기고, 안개고, 그 뭐건 간에 주의해서 될 일이면 참 다행인거 아닌가 싶다. 

주의해도 못피할 일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라. 

 

* 오늘 왓치맨을 보고 입이 떡 벌어져서 침 흘리며 실실거릴뻔 했다. 뭐 이런 훌륭한! 

인생이 조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번 더보고 싶다.

** 아무리 주의해도 직장인이라면 월요일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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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3-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수영장을 갔었는 데 수영을 하고 나오니 차위에 먼지가 쌓였더라구요.
내일 황사가 심할 거라고 하던 데 점점 더 심해가는 것이 심심치 않습니다.
주의하시길........

이리스 2009-03-19 13:37   좋아요 0 | URL
황사는 저를 무시하고 지나갔어요. ㅎㅎ

이잘코군 2009-03-1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치맨, 여자들이 보는 영상은 훈훈(?)한데 나는 썩 재밌지는 않았다요. 그보단 브이 포 벤데타와 씬시티가! 왓치맨은 러닝타임도 너무 길었단 생각...

이리스 2009-03-19 13:37   좋아요 0 | URL
훈훈했던가? 쓰읍... ㅋㅋ
 

본격 마감모드 돌입.

또 다시 돌아온 새벽 귀가.

오늘은 편집장이 모범타고 가라고 당부하길래 모범을 콜로 불러서 타고 왔다.

덕분에 브레이크 밞아서 몸이 앞으로 열 번 가량 쏠리는 일은 겪지 않았고

승차감도 좋았으며 아저씨는 졸지 않았다.

편집장은 평소 출근시에도 택시를 탄다. -.,-

 

새벽 귀가에서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한강의 야경이다.

오늘 본 달은 가슴이 서늘해지도록 슬퍼보였다.

 

영등포 사창가를 지나는데 여전히 그녀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난로를 피우고

아무도 지나지 않는 어둑한 길을 밝히고 있었다.

 

내 머리통을 후려치는 끔찍한 일들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고

자칫하다가는 불면의 밤을 맞을 것 같아서

아예 일찍 자기를 포기하고 컴퓨터를 켰다.

 

인간의 이기심이란 참 뻔뻔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오늘 또 한 번 느꼈다.

그건 지독한 수치심을 동반했다.

때론 본능이 아름답지만 대체로 본능은 추악하게 보인다.

이기심이 본능일지라도 추악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18차선 대로에 서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 같이 되어버렸다.

차들은 나 때문에 뒤엉켰는데 한 발자국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귀에는 위잉~ 하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눈 앞의 아스팔트만 보이는 그런..

 

그냥, 나

외롭더라도, 쓸쓸할지라도 고개 숙이지 말아야겠다.

영원히 그 숙인 머리를 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굴욕은 그만두자.

 
- 위의 글은 2003년 3월에 당시 나의 사이버 공간에 올렸던 글이다. 우연히 예전 공간에 들어가보니 주인도 찾지 않는 쓸쓸한 공간에 고스란히 글들이 남아 있어 묘한 기분이었다. 몇몇 글을 읽다보니 이때가 확실히 조금이나마 더 솔직했던 것 같다. 덜 비겁했던 것 같고. 그 당시의 힘겨움들이 묻어나는 글을 보니 명치가 아파와서 읽다가 관뒀다.

그리고, 굴욕을 그만두자던 6년전의 나는 여전히 굴욕속에서 견디고 있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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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15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거 있습니까. 가수 장기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이리스 2009-03-15 21:59   좋아요 0 | URL
갈까요? ㅎㅎㅎ

시비돌이 2009-03-15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 글들을 읽으면서 '아, 상황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군.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없게 됐네' 하는 생각을 할때가 더러 있더군요.

이리스 2009-03-15 22:00   좋아요 0 | URL
그럼 저랑 동지이신가요? -_-;;
 
고통을 달래는 순서 ㅣ 창비시선 296
김경미 지음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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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

1
저녁 무렵 때론 전생의 사랑이 묽게 떠오르고
지금의 내개 수련꽃 주소를 옮겨놓은 누군가가 자꾸
울먹이고

내가 들어갈 때 나가나는 당신 뒷모습이 보이고
여름 내내 소식 없던 당신, 창 없는 내 방에서 날마다
기다렸다 하고

2
위 페이지만 오려내려 했는데 아래 페이지까지 함께
베이고

나뭇잎과 뱀그물, 뱀그물과 거미줄, 거미줄과 눈동자,
혹은 구름과 모래들, 서로 무늬를 빚지거나 기대듯
지독한 배신밖에는 때로 사랑 지킬 방법이 없고

3
그러므로 당신을 버린 나와
나를 버린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청순하고 가련하고

늘 죽어 있는 세상을 흔드는 인기척에 놀라 저만치
달아나는 백일홍의 저녁과
아주 많이 다시 태어나도 죽은 척 내게로 와 겨치는
당신의 무릎이 또한 그러하고 -22,23쪽

눈물의 횟수

내 집 낡은 뻐꾸기시계는 제 울음의 횟수가 따로 있다
밤 한시에 갓난애처럼 열 번 스무 번 깨어 울거나
아홉시에 달랑 한번만 탁, 침 뱉고 들어가거나
다음날 정오엔 절마당 동백꽃 속에 빠진 채 아예 잠잠하거나

나 또한 나만의 눈물의 횟수가 따로 있으니

안심할 때만 골라서 뒷머리에 돌을 맞거나
시작하려 하자마자 떠나거나
애절하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거나
한밤중에 깨어 일어나 찬밥을 먹거나
한낮의 버스에서 쇼핑백 터지듯 울음이 터지거나

스무살에는 서른을 대고
서른엔 스무살인 척했거나

첫눈에 눈물의 횟수를 알아맞힌 그 새와 나,

번번이 땅에 떨어지는 얼굴이며, 다음날 야속을
전날에 나가 자처하는 이별 통첩이며, 내일의 줄거리를
다 발설하고 마는 어제 따위까지

다른 시간들은 다 아무래도 좋았다
-54,55쪽

문 밖의 문

당신들에게 있든 내게도 있고
내게 있듯이 당신들에게도 있는 것

문밖 강물과 물고기들 어룽대는 소리
어깨보다 큰 귀에 잡히는 바람의 무늬
물푸레나무 밑의 나무의자
촘촘한 그물과 십자방아쇠
숨기고 싶다가도 슬쩍 들켜버리고 싶은 사진
슬프므로 떳떳한 흉터 끌고 가다가다 버릴 이름
흰구름의 유랑의 전설

세상에 없듯
당신들에게도 없고 당신들에게
없듯 내게도 없는

-80,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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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지금 이 나라의 국민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 앉아 거기서 흘러나오는 정보나 오락을 끝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그런식으로 멍청하게 사는 거죠. 밥 먹는 것도 목욕도 일도 연애도, 생각 없이 그냥 할 뿐이에요. 그렇게 자각 없이 무위도식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주제에 인생은 짧다고 한탄합니다. 나는 ㄱ르런 것들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47쪽

사회에는 곱게 자라서 콧대만 높아진 젊은이와, 오직 자신한테만 관심이 있는 인간들만 등장했어. 인터넷을 통하지 않으면 사회와 접촉하지 못하는 녀석들뿐이야. 정보로 머릿속을 마비시키고 있어. -132쪽

헌법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도 각오를 해줘야겠습니다. 어찌 도든 관심 없다거나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후회하다가 도망치겠지요. 무책임하게 의견을 번복하겠지요. 정치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교묘한 말에 혹해서 투표를 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297쪽

훨씬 더 골치 아픈건..
대중이야. 그것도 대중으로서 제 할 일을 망각한 대중이지. 말하자면 대중의 재능이 없는 대중이야. 머리가 좋고 제 잘난 맛에 사는 그런 사람들이 가장 골치 아파.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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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3-1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문단을 보니 저도 딱, 하고 생각 나는 사람이 있네요 ㅎㅎ

이리스 2009-03-15 23:20   좋아요 0 | URL
으하으하으하~~~
 

뭐,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니지만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재능과 인격은 별개라고. 

온화한 미소와 품위있는 이미지의 연기자가 짤막 인터뷰 사이에 줄담배를 피우며 가래침을 카악카악 밷고는 걸걸한 욕지거리 섞어가며 자기 식구들을 양반이 종놈 부리는 것 이상으로 대하는 모습이나 나이 지긋한 공중파 방송국의 아나운서가 사무실이 떠나가라 쌍욕을 하면서 늘 그렇듯이 웃으며 들어서는 것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랐던 것은..

'아, 이런것도 재능에 속하나?' 싶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언행불일치는 기본이요, 너의 껍데기 안에 과연 영혼이 존재할까 싶은 의문을 갖게 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고 반복하는, 잘 포장된 이미지를 가진데다 그럴싸한 재능도 가진 자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그 자에게는 수치심이 없다.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자에게 인격이 존재하긴 하는걸까?  

차라리, '저는 싸구려에요.' 라는 글귀를 전신에 새긴 듯 행동하며 

풀린 눈으로 히죽거리는 쪽이 더 인간다워보인다. 
 

무엇에서건 배울점을 찾자는 바람직한 자세로 돌아가, 

저렇게는 살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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