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이야 말로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 담긴 영화.. 라고

이 영화를 본 누군가가 말했다. -_-;;

그러자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 킹콩이 돈도 많아?? -_-''''

쩝, 아무려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킹콩을 보며 한껏 들떴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킹콩이 비록 재력은 없지만, 도저히 같이 살수 없는 덩치가 큰 괴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로망을 담뿍 담아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한 --; 그런 대상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하는 말인데, 나는 지금까지 (정확히 말해 1년 반 정도 전까지) 남자에게 보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고, 받고 있다고 느껴본 적도 없었다.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누군가가 나에게 보호해줄게.. 라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어도 기가 막히다는 듯이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엇, 진짜 남자로군.. 남자답다.. 으응.. 이렇게 생각되고 기억되는 사람은 내 마음 안의 방에서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에게도 보호.. 라는 단어같은 것은 떠올리지 않았다.

나를 위협하는 모든 재난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킹콩이라니,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공격과 방어에 써도 힘겨운 판국에 나를 한 손에 안전하게 쥔 채로 싸움에서 승리하는 킹콩이라니, 그렇게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는 온순해지고 또 수줍읍을 탄다니, 이거 정말 너무 이쁘지 않은가!

뭐야, 결국 남자는 힘! 인거냐? 하는 지인들의 투덜거림에 허허.. 웃어버리기도 했지만. 꼭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딱 잘라놓고 이건 남자고 저건 여자야 금을 넘어와선 안되는거야. 이렇게 말뚝을 박아놓고 싶지 않지만 <킹콩>은 급변한 나의 가치관을 좀 더 안정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보호 받고 싶다거나, 사랑 받고 싶다거나.. 하는 일련의 생각들은 모두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생각이며 그따위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 가 내 변하기전 가치관이었다. 그러나 1년 반 전 무렵의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이 확 바뀌자 나는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내가 미친건가? 일시적인 현상일거야. 필경 제정신이 아닌게지. 하지만 그 이후로 지금도 여전히 생각이 바뀐걸 보면 딱히 그런건 아닌듯 하다.

어쩌면 나는 아주 끔찍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남성적이라는 것은 모두 마초에 가깝게 놓고 여성적이라는 것은 한심하고 머리빈 공주과에다 붙여놓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극단이다. 서른을 넘어서자 나는 이제 극단에서 좀더 가운데로 이동한 셈.

참고로 이 영화의 교훈 --; 은 무엇이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나와 함께 영화를 본 이와 나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주고 받은바 있다.

흠, 그러니까 미녀를 조심하자는 이야기야. 자나깨나 미녀 조심. 미녀를 좋아하다가는 저렇게 스스로 빌딩 꼭대기에 올라가 죽음을 자처하는 수가 있어. 암..

그리고 괜히 미녀를 따라해서는 곤란해. 스타일만 따라한다고 미녀는 아니지. 재수없으면 미녀를 찾는 킹콩에게 붙들려 올라갔다가 무늬만 미녀라서 노여움을 사고 땅바닥에 패대기쳐질 수 있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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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12-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미녀 좋아하는데... (근데 제목에 < > 요 부호 넣으면 상대방 브리핑엔 제목이 안떠)

깍두기 2005-12-2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을 읽고 웃다가 넘어갔습니다. 영화의 그 장면이 생각나서....^^
(저희 인사 안했죠? 지금 할게요. 저는 깍두기라 합니다. 꾸벅)

이리스 2005-12-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앗 그렇구나, 수정했오~ ㅋㅋ 몸조심해 !
깍두기님 / 핫.. 네.. ㅋㅋ안녕하세욤!

blowup 2005-12-2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운데로 이동하신 거 축하해요!

하늘바람 2005-12-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미녀조심^^ 그런데 전 참 미녀 구하려다 죽은 많은 사람들은 어쩌죠?

마태우스 2005-12-2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줄은 낡은구두님께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말로 생각됩니다.
-팬 드림-

비로그인 2005-12-27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처음에는 그저 그런 블럭버스터인 줄 알았는데 님의 리뷰를 읽으니 생각보다 볼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리스 2005-12-2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 감사합니다 ^^
하늘바람님 / 그러게요, 저도 영화보면서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태님 / ㅋㅋ
쥬드님 / ^_^ . 저는 감독이 피터 잭슨이란 이유로 보았지요.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 실망.. 이었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