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근처 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다.

반찬이 너무 최악이었다. 튀김은 설익었고 멸치볶음은 너무 짰고, 국은 조미료국 같았다. --;

3500원이라는 데 위안을 삼으며 꾸역꾸역 먹다가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어렸을 때 엄마는 내게 튀김을 자주 해주셨고, 나는 그 튀김이 식기도 전에 먹다가

앗뜨거를 연발하며 호들갑을 떨었더랬다.

도너츠도  종종 만들어 주셨는데 엄마가 반죽을 하면 나는 옆에 앉아서 주전자나 병뚜껑으로 콩콩 찍어 도너츠 모양을 만드는 걸 도왔는데 그게 너무 재미났던 기억.

그밖에 엄마가 해주셨던 요리들이 생각나고 엄마와 같이 장을 보던 기억과 옆에 앉아 조물락 거리며 뭔가를 돕고 까치발을 하고는 가스레인지 위를 보려고 종종거렸던 기억들이 났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후배들 왈.

'어린시절 엄청 잘 보내셨네요. 전 그냥 김치에 밥 먹고 자랐어요.'

-_-;;;

그런가? 아무튼..시간이 한참 지날수록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 안에 담긴 사랑의 의미도 이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알 것 같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다. ㅠㅜ)

* 튀김이 설익어서 그런가? 배가 조금 아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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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10-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 이 세상 최고 밥상이라지요.특히 튀김 같은 것은 저도 번거로와서 잘 안해주는 메뉴인데...낡은 구두님 어머니께서는 딸이 잘 먹는 것 보며 그런 것 다 덮어두셨을거여요.
요즘 아침밥 잘 안 먹는 아들과 신경전 벌이는 것 피곤해서 그냥 빵 사다가 먹일까 생각 중이었는데 보류해야겠어요 ^^

낡은구두 2007-10-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nine님 / 앗, 그렇군요. 그런데 정말 어린시절 엄마가 해주신 음식들은 평생 기억에 남을것 같아요. 맛과 그때의 분위기 엄마의 표정까지도.^^ 그러니 힘드셔도 조금만 더~ (제가 뭐 보탬도 못되면서 막.. ㅜㅡ)

Mephistopheles 2007-10-2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은 음식솜씨가 좋으신 어머니 덕에 이것저것 맛있는 걸 많이 먹은 기억은 나는데 종목은 떠오르지 않아요..단지..떡볶이 만큼은 잘 못하셨던 기억만 납니다. (에잇 불효자같으니라구)

하늘바람 2007-10-2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경우 많아요. ^^ 가끔 어이 없기도.

마늘빵 2007-10-23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식당서 생선까스 돈까스 정식 먹었는데 너무 많아서 배부르다. 먹다 먹다 남겼는데 그래도 너무 배부르다. 어릴 때 나도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이런거 잘 먹었는데 지금도 잘 먹을 수 있는데...

비로그인 2007-10-2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은 저희 엄마만 만들어 줬는지 알았는데(친구들 엄마가 해주는 걸 본 일이 없어서)그 시절의 유행이었나 보네요. 음식을 만들든 뭘 하든 지금보다 정성을 더 담던 시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리스 2007-10-24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어흣.. 맛없던 것의 종목을 명확히 기억하시다니!! ㅋㅋ
하늘바람님 / 그렇죠? ^^

아프군/ 어머니한테 해달라고 하기엔 너무 나이든거 아닌감? 결혼해서 아이 생기면 아빠 노릇으로 아이들한테 맛난 요리 해주렴~
그림자님 / 오옷, 그렇군요! 도넛 유행~ ^^; 맞아요. 정성이 더 했던 시절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