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도 아닌데 온종일 비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며 그칠 줄 모른다.
아침에 가을이 출근할 때 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운동하겠다며 따라나섰다. 아파트 입구에서 촉촉히 젖은 땅을 보며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우산 두 개 챙기러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 엄마도 싫지는 않은 것 같아서 작정했던 강 따라 걷기 시작! 날을 참으로 잘 잡았다. 비가 곱게 내려서 우산 들고 걸을만 했다.
부끄럽지만 오 년 째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기만 했던 강이었다. 강 따라 걸을만한 길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내가 작정했던 곳에서 집까지 걸으면 한 시간 거리라는 것도. 함께 걸을 엄마가 계시니 용기를 내 보았다.
비 와도 걷는 이들 간간이 보였고, 자전거 타고 달리는 이도 있었다. 가끔 물 위로 뛰어 오르는 물고기들은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그 숭어였나? 퇴근하고 온 사위에게 엄마는 낮에 본 물고기가 고등어만하다고 전하셨는데 그건 확인 불가능... 이름을 몰라 미안했지만 비에 젖은 날개가 처량해 보이던 백로만큼 큰 회색 새와 갈매기 서너 마리도 기억난다.
오늘 만난 아이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우물가에 있었으면 딱이었을 장하게 잘 생긴 느티나무 두 그루, 물기젖은 잎이 꽃보다 더 고운 벚나무, 한 발 늦게 활짝 핀 분홍 겹벚꽃나무, 강 가에 뜬금없는 돌복숭아나무, 버드나무도 한 그루 외로왔다. 그리고 하얀 제비꽃, 드문드문 유채꽃, 벌써 씨를 머리에 이고 있는 민들레, 책에서만 보던 솔체꽃도 있었다. 강 옆에 시에서 관리하는 관상용인듯(?) 반듯하게 통나무로 테두리를 친 밭에는 한 뼘은 넘게 자란 상추가 자리잡고 있었고, 치커리, 쑥갓은 싹을 내고 있었다. 엄마는 한 눈에 쌈거리 알아보고 '상추는 얼른 솎아 먹어야겄다' 하셨지.
딸과 함께 걸었던 도시 한복판에 있는 맑은 강과 산책길에 감탄하시던 엄마.
부디 아프지 마시길.
살아온 순간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살아갈 순간들은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고, 더 많이 감사하시길.
* 방 구한다고 어느 게시판에 올린 내 글을 보고 오늘 온 답장 하나.
흠~
<문의 사항>
(*). 몇 가지 문의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아래의 상황을 알아야만 문의하신 질의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변을 드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대로 인하여, 번거롭게 문답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도 드시겠지만, 만약 아무런 검증도 없이, 아무에게나 방을 임대하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많기에, 저희는 임대 수입보다는 서로 신뢰성을 가진 분들과 함께 거주하게 되면,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을 누릴 수가 있게 되므로, 오히려 세입자 편에서 더 필요한 문답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러므로 개인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답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영국에는 처음 오시는지요?
(*). 현재 어떤 일에 종사하시는지요?.
(*). 흡연자이신지요?
(*). 종교를 가지고 있으시면, 어떤 종교와 교파이며, 출석하시는 곳은 어디인지요? 왜냐하면 이상한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 인하여, 다른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