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춥다...

그래도 오월만 기다리는 나는 이정도 추위쯤이야 가뿐히 견딜 수 있다.

 

 

 

 

 

두 해 전에도 오월의 여행을 준비했었는데, 내 건강이 나빠져서 수수료 왕창 물고 항공권을 취소하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그간 한의원과 병원에 갖다 준 돈이 얼마인데, 올 해는 절대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터이다.

 

 

 

 

봄이는 많이 자랐다. 남다른 고등학교 생활 한 해를 보낸 후인지라, 이 겨울방학을 한껏 즐기고 있다. 이사해서 천국같다는 제 방에서 기타 연습한다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학년이 낼 모렌데 그런 딸을 너그럽게 보아 넘길 여유가 있는 내 마음이라니. 고등학교 이학년 딸과 십이박 십삼일짜리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엄마가 가져야 하는 마음으로 어울리기는 하다.

 

 

 

 

여름이는 또 어떻고. 남들은 고등학교 때나 겪는 입시 전쟁을 중학교 때 하느라 고생을 제법 하더니 이제는 평온을 찾아가고 있다. 원하는 학교로 전학이 결정되는 이십 일까지 아직 며칠 더 남긴 했지만, 아마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잘 되지 않을까.

 

 

 

 

가을은 늘 그러하듯  행복하다. 혼자 낯선 도시에서 여섯 달을 보냈고, 온 가족이 함께 지낸 지 두 주 째이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물론 게으른 아내가 아직 짐 정리를 덜 끝내서 거실에는 눈 둘 곳 없어 민망하다만 그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2013년이었다. 봄이의 고등학교 입학, 가을의 전보 발령, 여름이의 고등학교 고민, 이사. 그 모든 일들이 다 마무리 되고 나니 나는 더 늦기 전에 봄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날 꿈을 꾼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 항공권을 찾았고, 예약을 했다. 환율을 봐 가며 조만간 결제만 하면 끝이다. 우리는 바스에서 제인 오스틴은,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베아트리스 포터를, 콘월에서 로자문드 필처를, 요크셔 어느 언덕에서 에밀리 브론테와 프랜시스 버넷을 떠올릴 것이다. 어느 정원에서 올 해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만나면, 그 앞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도 한 장 찍을지 모르겠다.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건 씨 뿌릴 준비를 하는 농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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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4-01-15 11:49   좋아요 0 | URL
장미 앞에서 활짝 웃는 사진은 꼭 올려주세요~^^

2014-01-15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