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인권 문제에 있어서 국가는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가정에 개입하는 게 최선일까. 공권력이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관계에 침투해서 그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진단하며 심하면 분리 조치까지 감행하는 이러한 일련의 시스템 자체가 아무리 전문가 다수의 객관적 판단에 의해 신중한 절차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권리 침해의 우려가 있는 굉장히 위력적이고도 적극적인 사생활 개입 아닌가. 국가기관에 의해 아이와 강제 격리 조치를 당하기에는 무늬네 엄마는 그래도 꽤 훌륭한 엄마였던 거 같은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나 역시 문제 많은 자격 미달의 엄마라서 내심 동정과 염려를 거두지 못하는 걸까. 그래도 아동 인권에 관한 미국의 방침은 꽤나 엄격한 것 같고, (약간의 놀라움 속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
아이가 다소곳이 앉아 무지개 인주에 손가락을 콕콕 찍어 알록달록한 손도장 그림을 완성한다니 상상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 아닌가, 하여 사다줬더니 왜 인주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 건지. 온몸에 바디페인팅을 하고 마룻바닥이며 이불이며 난리도 아니다. 이 썩을넘의 물건을 한 번씩 꺼내줄 때마다 오색광란의 대잔치가 벌어진다. 발톱 밑에 낀 것은 씻겨도 잘 지워지지도 않어. 하... 내가 마구니에 씌어 집안에 요물을 들였구나.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기도 전에 내 수명 단축이 쑥쑥 진행되는 것만 같은 책. 필히 사용 연령을 숙지하고 구입하자.
그야말로 밑도끝도 없는 사건의 연속인데 기가 막혀 피식거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다. 셰헤라자드의 요설 못지않다. 문학성이나 예술성으로만 따지자면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거의 백년 전 책이다 보니 제국주의 사고관의 잔향이 여전히 짙고 제3세계 문화, 인종문제, 동물권 등 여러 방면에서 윤리 감각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현대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자신있게 권할 만한 책은 아닌 듯 하다. 아름답지만 퀴퀴한 이런 종류의 책들이 네버랜드 시리즈에 은근히 많던데 시대성에 맞지 않는 책들은 이제는 과감히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한국 근현대사와 너무도 닮아있는 아일랜드 역사.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이것까지 두 편 봤는데 일체의 드라마틱한 과장이나 군더더기 없이, (이 또한 일종의 결벽 아닐까 싶게) 절제, 정확, 엄정한 응시만을 추구하는 영화적 서술 방식이 무시무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