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3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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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박관현, 박종철, 김세진, 이재호. 이들은 모두 이십대 초중반에 최루탄에 맞거나 분신자살 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이들의 개인적 삶은 어떠했을까. 어떤 힘이 이들의 정신을 각성시키고 용기를 불러 일으켰을까. 그들의 육신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지만 자취는 여전히 활자로 살아남아 나 같은 이로 하여금 인간의 의지, 용기, 정신성 같은 것들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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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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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언어는 그 자체가 오만한 속성을 지녔으며 본질적으로는 남루하고 협소하다. 살과 숨결로 느껴야 하는 그 모든 것들 앞에서 언어는 얼마나 무능한가. 어찌되었거나 나는 이 책을 통과하여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갱신과 재생의 기쁨, 충격, 그리고 열락... 이 책의 거의 모든 곳에 밑줄을 그었다. 나 자신이 나타나엘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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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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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카오산은 소위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불리우는 지역이다. 이 책은 저자가 카오산에 머물면서 우연히 만난 여행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에는 나처럼 날마다 아홉 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8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홀로 인도 여행을 떠난 여자애도 있고, 여행지에 잠깐 눌러앉아 직접 그 여행지에 대한 책을 써서 책 판 돈으로 또 여행하는 아저씨도 있고,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빵가게를 작파하고 단둘이 세계 여행을 떠난 부부도 있더라.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을 던져버려라. 그리고 밖으로 나가라. 나는 이 책이 그대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 그대의 도시로부터, 그대의 가정으로부터, 그대의 방으로부터, 그대의 사상으로부터 탈출하라!" 이 책은 그 말을 직접 감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나는 1:5,000,000으로 축소된 유럽지도를 하나 구입했다. 가끔 사는 게 지루해지면, 이 지도를 펼쳐놓고 나만의 루트를 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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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민 사이 -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사유와 성찰
서경식 지음, 이규수.임성모 옮김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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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저열한 방법만이 유효하다. (...) 불안에 줄곧 가위 눌리던 작은 생물의 체액이 어느날 갑자기 독으로 변하듯이 이 섬에게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리라. (...) 그들(식민 부르주아지)은 실로 식민지적 상황이 만들어냈다고나 해야 할 새로운 개념을 가져오게 된다. 비폭력이 바로 그것이다. (...) 그렇다. ‘비폭력’이라는 ‘개념’은 모든 ‘방법’을 이미 박탈당한 자들로부터 ‘가장 저열한 방법’에 대한 최후의 상상력마저 빼앗고 마는 장치인 것이다. -p.64   
   

폭력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부당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어떨까. 80년대 폭력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테러, 말콤 X의 인권운동, 안중근의 히로부미 저격 등과 같은 폭력 행위도 모두 부정되어야만 할까. 정작 부정해야 할 것은, 평화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그런 폭력들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이해되는 상황 자체가 아닐까. 만약 우리가 극악무도한 군부체제를 겪고 있는 시민이라면, 혹은 여태껏 살아온 터전을 한순간에 빼앗겨버린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면, 혹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과 굴욕을 감내하며 살아야만 한다면, 우리는 폭력을 저질러야 한다. 윤리적으로, 그리고 당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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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으로 쇠라읽기
윤정윤 지음 / 애플트리태일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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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캉으로 쇠라 읽기>보다는 <쇠라로 라캉 읽기>가 더 어울리는 책이다. 그렇담 쇠라로 라캉을 읽어보자. 현상학적 관점에 의거한 라캉의 주장에 따르면,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최초의 시각경험에서 '나'는 자신을 주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외부세계 역시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 단계의 시각 경험에서는 외부세계가 나를 관찰하는 주체이며, 나는 외부세계에 의해 관찰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절대적이다. 외부세계를 주체로, 나를 대상으로 인식하는 시각경험에서 자의식의 단초 즉, 초보적이지만 근본적인 '나'를 의식하는 자의식이 생겨난다.  

현상학적 관점에 따라 라캉은 '나'의 시초를 규명하는 데 있어 '보는 나' 뿐만 아니라 '보여지는 나'까지도 고려한다. 결국 '나'는 '보는 나'의 행위와 '보여지는 나'의 행위 속에서 동시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봐야 하겠다. '나'를 주체이면서 객체인, 즉 '반대 방식으로 작동하는 두 항'에 동시에 놓여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라캉은 '나'의 주체적인 측면인 '보는 나'를 <응시>의 개념에, '나'의 객체적인 측면인 '보여지는 나'를 <미미크리>의 개념에 연관시켜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이 책은 라캉의 미미크리 개념을 적용하여 쇠라의 그림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인데, 정작 저자의 작품 해설 보다도 미미크리라는 개념에 더 관심이 간다.     

미미크리는 생물학적 용어로 ‘한 개체가 다른 종의 개체들과 비슷하게 보임으로써 이득을 얻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보호색 같은 위장술인데, 이 책에서는 천적에게 위험한 것으로 보여서 잡아먹히지 않도록 하는 경우와 사냥감을 안심시켜 잡아먹는 경우까지도 모두 미미크리의 범주 안에 넣고 있다. 미미크리는 한마디로 속이려는 노력이며, 이러한 속성은 단지 곤충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나타난다. 변장, 위장, 치장, 분장, 포즈, 가면, 제복, 패션 소품 등 타인을 의식하는 모든 제스처와 장치들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이 책에서는 미미크리와 관련하여 '사악한 눈'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미신 이야기가 하나 등장한다. 이야기의 골자는, 악으로 상징되는 누군가의 강한 시선이 타인에게 사악한 기운을 뻗치고 궁극적으로는 타인을 파멸로 몰고 간다는 내용이다. 사악한 눈의 기능이 발휘되는 순간에 주체는 모든 동작을 중지하고 돌처럼 굳어진다. 아니면 돌처럼 굳어지기 전에, 주체는 사악한 눈에 맞서 미미크리적인 행동을 보인다. 즉, 사악한 눈의 마력에 휘말리기 전에 마치 이미 휘말려버린 것 같은 제스쳐, 움직임이 정지된 상태, 죽은 것 같은 모습을 취하는 것이다. 

미미크리적인 행동의 의의는 주체가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를 분리하고, 후자를 자의적이고 능동적으로(이것이 곤충의 미미크리와 다른점이라고) 구축해 내는 데 있다. 즉, 그러한 일련의 위장술이야말로 주체가 스스로 행하는 적극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미미크리는 시각 대상의 위치에 수동적으로 놓여있는 객체로서의 '나'의 행위가 역설적으로 적극적인 주체성을 담지하게 됨을 보여주는 자연의 단서다. 라캉은 미미크리에 주목함으로써 최초의 시각 경험과 관련하여 '보는 나' 뿐만 아니라 '보여지는 나' 역시 자의식이 구성되는데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주장을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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