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국민 사이 -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사유와 성찰
서경식 지음, 이규수.임성모 옮김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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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저열한 방법만이 유효하다. (...) 불안에 줄곧 가위 눌리던 작은 생물의 체액이 어느날 갑자기 독으로 변하듯이 이 섬에게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리라. (...) 그들(식민 부르주아지)은 실로 식민지적 상황이 만들어냈다고나 해야 할 새로운 개념을 가져오게 된다. 비폭력이 바로 그것이다. (...) 그렇다. ‘비폭력’이라는 ‘개념’은 모든 ‘방법’을 이미 박탈당한 자들로부터 ‘가장 저열한 방법’에 대한 최후의 상상력마저 빼앗고 마는 장치인 것이다. -p.64   
   

폭력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부당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어떨까. 80년대 폭력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테러, 말콤 X의 인권운동, 안중근의 히로부미 저격 등과 같은 폭력 행위도 모두 부정되어야만 할까. 정작 부정해야 할 것은, 평화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그런 폭력들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이해되는 상황 자체가 아닐까. 만약 우리가 극악무도한 군부체제를 겪고 있는 시민이라면, 혹은 여태껏 살아온 터전을 한순간에 빼앗겨버린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면, 혹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과 굴욕을 감내하며 살아야만 한다면, 우리는 폭력을 저질러야 한다. 윤리적으로, 그리고 당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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