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정당하고 숭고하게 묘사되는 이 소설이, 나는 사실 불편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극한의 경지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자기초월의지, 용기, 결단력, 의연한 모습 같은 것들은 물론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러한 아름다움이, 인간을 극한의 경지에 놓이도록 종용하는 근본적인 시스템마저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