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생 텍쥐페리 지음, 신이현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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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정당하고 숭고하게 묘사되는 이 소설이, 나는 사실 불편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극한의 경지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자기초월의지, 용기, 결단력, 의연한 모습 같은 것들은 물론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러한 아름다움이, 인간을 극한의 경지에 놓이도록 종용하는 근본적인 시스템마저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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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3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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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박관현, 박종철, 김세진, 이재호. 이들은 모두 이십대 초중반에 최루탄에 맞거나 분신자살 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이들의 개인적 삶은 어떠했을까. 어떤 힘이 이들의 정신을 각성시키고 용기를 불러 일으켰을까. 그들의 육신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지만 자취는 여전히 활자로 살아남아 나 같은 이로 하여금 인간의 의지, 용기, 정신성 같은 것들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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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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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언어는 그 자체가 오만한 속성을 지녔으며 본질적으로는 남루하고 협소하다. 살과 숨결로 느껴야 하는 그 모든 것들 앞에서 언어는 얼마나 무능한가. 어찌되었거나 나는 이 책을 통과하여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갱신과 재생의 기쁨, 충격, 그리고 열락... 이 책의 거의 모든 곳에 밑줄을 그었다. 나 자신이 나타나엘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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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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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카오산은 소위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불리우는 지역이다. 이 책은 저자가 카오산에 머물면서 우연히 만난 여행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에는 나처럼 날마다 아홉 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8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홀로 인도 여행을 떠난 여자애도 있고, 여행지에 잠깐 눌러앉아 직접 그 여행지에 대한 책을 써서 책 판 돈으로 또 여행하는 아저씨도 있고,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빵가게를 작파하고 단둘이 세계 여행을 떠난 부부도 있더라.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을 던져버려라. 그리고 밖으로 나가라. 나는 이 책이 그대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 그대의 도시로부터, 그대의 가정으로부터, 그대의 방으로부터, 그대의 사상으로부터 탈출하라!" 이 책은 그 말을 직접 감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나는 1:5,000,000으로 축소된 유럽지도를 하나 구입했다. 가끔 사는 게 지루해지면, 이 지도를 펼쳐놓고 나만의 루트를 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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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민 사이 -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사유와 성찰
서경식 지음, 이규수.임성모 옮김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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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저열한 방법만이 유효하다. (...) 불안에 줄곧 가위 눌리던 작은 생물의 체액이 어느날 갑자기 독으로 변하듯이 이 섬에게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리라. (...) 그들(식민 부르주아지)은 실로 식민지적 상황이 만들어냈다고나 해야 할 새로운 개념을 가져오게 된다. 비폭력이 바로 그것이다. (...) 그렇다. ‘비폭력’이라는 ‘개념’은 모든 ‘방법’을 이미 박탈당한 자들로부터 ‘가장 저열한 방법’에 대한 최후의 상상력마저 빼앗고 마는 장치인 것이다. -p.64   
   

폭력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부당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어떨까. 80년대 폭력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테러, 말콤 X의 인권운동, 안중근의 히로부미 저격 등과 같은 폭력 행위도 모두 부정되어야만 할까. 정작 부정해야 할 것은, 평화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그런 폭력들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이해되는 상황 자체가 아닐까. 만약 우리가 극악무도한 군부체제를 겪고 있는 시민이라면, 혹은 여태껏 살아온 터전을 한순간에 빼앗겨버린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면, 혹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과 굴욕을 감내하며 살아야만 한다면, 우리는 폭력을 저질러야 한다. 윤리적으로, 그리고 당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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