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는 실재하는 현상일까 아니면 그저 우주의 거대한 상보적 인과율을 믿는 인간이 지어낸 아름다운 이야기일까. 비범한 영적 재능으로 사람들의 전생을 읽어내고 삶의 고난을 카르마와 인연법에 기대어 설명하는 저자의 썰이 흥미진진하긴 하지만 그녀가 읽어낸 전생이 상상적 허구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전생의 무대가 되는 역사적 배경을 추적해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즉 그녀의 썰이 역사적으로 신빙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증해봐야 할 것이다. 가령 18세기 멕시코에서 실제로 입양을 빙자한 아동 노동력 착취가 행해졌었는지 그리고 당시 팔려간 아이들이 정말로 대농장에서 쇠고랑을 차고 일한 역사적 실례가 있는지(171쪽).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다시금 느낀 건데 강신주 비판하는 놈들은 진짜 할 일 없는 족속들이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비판하는 인간들도 마찬가지고. 남의 생산물을 까대면서 자신의 지적 건재함을 확인하는 헛똑똑이 룸펜들.
이 책도 역시 마지막에 이르러 독서를 권하고 있다. 특히 오래 전 죽은 자와의 대화.
불온한 상상력을 풀가동시켜 뇌라도 남모르는 해방을 만끽하게 만드는, 주로 전복적 에너지 가득한 책만 좋아하다가 (뜬금없이?) 사회 질서와 규칙을 수호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관리하고 운용하는 업무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의 글을 읽으니 나도 모르게 그동안 구닥다리 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유럽 계몽주의 시대의 가치와 덕목들이 새삼 커다란 존재감으로 심각하게 와닿는다.
이 책을 읽은 지는 오래 되었는데 지금도 종종 주문처럼 떠오르는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나는 두려운 것이 없다, 고 말하고 나면 두려운 것이 없어진다. 우리가 갖는 두려움의 실체는 결국은 타인의 판단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