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서화 과도기 낙동강 석공조합 대표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4
최서해.이기영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문학에 대해 글에 대해 쥐뿔도 아는게 없지만....
그래도 단하나 생각하는건 문학이든 잡문이든 글이란 것은 삶의 반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문학성이든 문체든 글솜씨든 어떤걸 따지기 이전에
그 글이 삶의 냄새를 풍기느냐 아니냐로 글의 선호도가 나뉘게 된다.

그러면 식민지 시대의 삶의 냄새는 어떤 것일까?
그 시대에도 향기롭기만 하고 즐겁기만 한 삶을 살았던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은 한없이 어렵고 고달팠으리라....

1920-30년대는 토지조사사업이 마무리 되면서 일제의 수탈이 본격화되던 시기이다.
이 고달픈 시기에도 그래도 사람들은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카프문학은 이런 지점에 위치한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식민지의 어려웠던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글을 썼던 사람들이다.
그들이라고 왜 낭창낭창한 연애소설같은걸 안쓰고 싶었을까?
조금만 눈을 감으면 좀 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삶이 왜 없었을까?

20세기에 와서 읽는 카프문학은 소설이나 이야기로 읽히기 보다는 한시대의 보고서로 더 읽힌다.
일제하 고단했던 삶의 다큐멘터리가 펼쳐지는듯하다.
때로 글은 이념과 목적이 앞서기도 한다.
교과서에서 카프문학을 평하던대로 목적의식이 지나쳐서 문학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겠다.

최서해씨의 글 <탈출기>, 조명희씨의 <낙동강>, 송영씨의 <석공조합대표>같은 글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사회주의적 이념을 펼치기 위한 장으로서 문학이 활용되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념이 이야기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보다는 주장이 앞선다는 느낌이 오기도 한다.
이 글들속의 주인공들은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있어 자연스런 느낌이 모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보면 약간 오버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당시로서는
자연스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식민지시대에 그런 지사적인 모습 없이 누가 과연 그 어려운 시대와 맞설수 있었을까?
지금에 와서 보면 신파같은 느낌이 들지 몰라도
오히려 나는 그게 시대의 모습을 더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작품들 중 가장 뛰어난 글을 보이는건 이기영씨다.
희망없는 시대, 농촌의 가난한 소작농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의 글은 큰 울림을 갖는다.
나는 그것이 농민들의 삶의 냄새를 가장 진솔하게 표현하고자 한 그의 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 와서 그들이 표현하고 했던 삶과 지금의 삶은 물론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뛰어넘어 카프 문학가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에도 문학은 삶의 반영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 말이다.
이 시대에도 그들의 문학이 촌스럽다는 느낌이나 낯선 느낌없이 읽혀졌던건
아마도 그들의 이런 진실이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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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에 대해서 한마디....
글들이 옛날 글들이다보니 요즘은 잘 안쓰거나 해서 모르는 단어들이 꽤 많이 나온다.
이런 낱말들의 경우 거의 따로 표시를 해뒀다.
여기까진 괜찮은데 이런 낱말풀이를 책의 뒤쪽에다가 한꺼번에 모아서 해놨다.
그것도 작품 순서대로가 아니고 가나다순... 즉 사전형식으로 만들어놨다.
근데 이게 영 불편하다.
읽다가 책 뒤쪽 찾아서 열심히 해당 낱말을 찾다보니 책을 읽는 흐름이 자꾸 깨진다.
그냥 해당 페이지 아래쪽에다가 주 처리를 하는게 훨씬 나을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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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30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에 배려가 부족했군요. 그래도 만족스럽게 읽으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6-08-3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에게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시대보고서 정도로 읽혔어요. 그런 의미에서 만족스럽다고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