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바람돌이님께 - 성북동 이태준 고택 수연산방


성북동 이태준 고택 수연산방

멋스러운 고택, 아기자기한 마당, 차 한잔에 예스러움이 가득

외국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곳들이 있다. 인사동, 고궁 같이 우리네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성북동에 있는 이태준의 고택에 마련한 전통다원 수연산방 역시 외국인들이 와서보면 눈을 반짝이며 좋아할 만한 곳이다.

이태준 선생 살던 집
 고택이라는 말 그대로 옛날 한옥을 그대로 쓰고 있다. 상허 이태준은 <달밤>, <돌다리>, <가마귀> 등의 단편을 발표한 일제치하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소설가. 그의 친필 사인이 적힌 고서적이며 옛 가구, 구식 재봉틀, 다기 등 예스러운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있다.
 마루에 올라서면 저만치 북악산 자락이며, 산 능선을 따라 서울성곽이 놓여 있는 것도 보인다. 이태준 선생이 집을 지을 당시만 해도 풍경이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 서울에서 이 정도의 경치를 가진 집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고택은 작지만 기품이 있고, 어딘지 모르게 멋스럽다. 집을 지을 때 기일을 정하지 않고 여유롭게 지은 덕분이리라. 목수들이 나무를 깎고 기둥을 세우는 등 손으로 하나하나 차례를 지켜가며 순리대로 지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은 1930년에 지은 것으로 광복후 월북하기 직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수필집 <무서록>을 집필하기도 했다고.
 그가 앉아 글을 썼을 사랑방에 앉아 그가 바라보았을 북악산 자락을 바라본다. 마루에 비치해둔 그의 작품집 가운데서 <무서록>을 가져와 펼친다. 

 나무들은 아직 묵묵히 서 있다. 봄은 아직 몇 천 리 밖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나무 아래 가까이 설 때마다 나는 진작부터 봄을 느낀다. 아무 나무나 한 가지 휘어잡아 보면 그 도통도통 맺혀진 눈들, 하룻밤 세우만 내려주면 하루아침 따스한 햇볕만 쪼여주면 꽃피리라는 소근거림이 한 봉지씩 들어 있는 것이다. 봄아 어서 오라! 겨울나무 아래를 거닐면 봄이 급하다. -無序綠 중 일부

마당에는 그가 애써 오라고 부르던 봄이 무르익어 하늘거린다. 제비꽃이 무성하게 화단을 덮고, 이름 모를 꽃나무들이 잎사귀를 펼치고 있다. 그가 물을 길어 올리던 우물도 여전하다. 속을 들여다보니 2미터 정도 아래 물이 찰랑거린다. 누군가 두레박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듯. 

사랑방에 앉아 풍경 감상
 수연산방은 전통 한옥에 문을 연 전통 찻집으로는 1호라고 한다. 고택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찻집의 역사도 깊어 가는 셈이다. 집의 규모가 작아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는데 본채에는 사랑방, 안방, 마루까지 해서 차탁 6개 정도가 고작이다. 그래서 마당에도 테이블을 놓고, 라일락 나무 아래도 둥그런 벤치와 테이블을 두었다. 그리고 담장을 벽으로 삼아 지붕을 얹어 두 개의 공간을 더 마련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자리를 늘려간 덕분에 자리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그게 이 집의 멋을 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사랑방의 바깥 쪽 자리. 원래 방 높이보다 한단 정도 높게되어 있고 문에는 한지 대신 유리를 끼워 밖이 잘 보이게 했다. 여기 앉아 있으면 담장 너머로 북악산 자락이 건너 보인다.
 안방 바깥 문 앞에 있는 작은 마루도 명당자리. 나무 난간에 팔을 올리고 앉아 작은 마당이 주는 자연의 향기도 맡고, 코를 간질이는 바람도 맞기 좋은 자리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라일락 나무 아래 놓인 벤치도 인기다. 작은 계단을 딛고 올라가 들어가는 자리도 독특하다. 천장이 낮아 키 큰 사람은 머리가 닿을 정도지만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고택의 정원이 마음을 느긋하게 한다.


정성이 담긴 차 한 잔
 수연산방의 스테디셀러는 송차와 대추차. 솔방울로 만든 송차는 향긋한 솔향이 그만이다. 진하게 우려낸 대추차는 이집 주인의 인간미를 짐작케 한다. 요즘은 희멀겋게 흉내만 낸 대추차가 흔하고, 식품회사에서 만든 대추차를 그냥 물에 타서 주는 곳도 많은데 여기서는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여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요즘부터 여름 동안에는 얼음을 띄운 오미자차와 미숫가루도  인기다.


 수연산방에서 나와 성북동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면 왼쪽으로 심우장 표시가 보인다. 만해 한용운이 지은 집으로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이 집에서 눈을 감았다. 남향으로 지으면 조선총독부를 마주 보게 된다고 하여 북향으로 집을 지었다고 한다. 대문 옆에 고목이 인상적이다. 심우장 안에는 만해선사의 글씨, 연구논문집 등 그에 관한 책이나 글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수연산방 정보
찾아가기 : 4호선 한성대역 하차후 85번 버스를 타고 태고사 입구에서 내린다. 성북2동사무소 옆에 수연산방이 보인다. 광화문 쪽에서 갈 경우 삼청공원, 삼청터널을 지나 성북동길을 내려가다 보면 왼편에 성북2동사무소가 보인다.
영업시간 : 12시 ∼ 오후 10시30분
안내 : ☎02-764-1736
메뉴 : 커피 4,000원, 송차·녹차·오미자차·모과·유자 등 전통차 5,000원, 미숫가루 5,000원, 냉녹차·냉커피 6,000원. 이외에 간단한 주류와 안주 서너가지가 있다.

www.visitseoul.net



  ※ 지도가 조금 잘못되었는데 간송미술관은 성북초교 바로 앞에 있고 성북2동사무소 바로 옆이 수연산방(이태준 고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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