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레드 - 삶의 숨은 진실을 찾는 15편의 심리동화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영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동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두려움과 맞서고, 욕망과 싸우고, 도덕적인 문제와 대면할 기회가 필요하다..... 동화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대립 구도는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서 뭔가를 끌어올리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동화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고, 자신의 문제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돌아감으로써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8페이지, 머리말)

저자의 이말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에 해당한다. 그래서 백설공주를 다시쓴 루비레드나 헨젤과 그레텔을 모티브로 한 그레텔의 마녀나 그외의 창작 동화들은 무언가 심리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썼다는게 분명히 느껴진다.

루비레드가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하나로만 이 양자를 보지 않고 각각의 독립적인 여성으로 봤을때, 즉 흔히 어머니라는 중성적인 이름에서 무시되어지는 여성성을 복원했을 때 나타나는 미묘한 심리적 혼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의 절정을 치달아가는 딸과 점차 여성성을 상실해가는 엄마. 그 때 엄마라는 여성과는 아마도 어느정도는 자신의 엄마라는 위치와 여성이라는 위치 사이에서 위축과 혼란 또 그로 인해 생기는 죄책감 이런것들이 생기지 않을까? 그 때 그 죄책감을 달래주고 어루만져주며 딸과 어머니라는 두 여성의 서로의 이해과정을 들려주는 동화가 바로 루비레드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어느정도 가지고 있을 불안과 상처들 내면의 말할 수 없는 억압된 내밀한 욕구들을 대신 말해줌으로써 그것이 나만의 문제이거나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죄책감같은걸 덜어주는게 이 짧은 이야기들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잘모르지만 상담이나 심리학의 치료란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그걸 해결해주는게 목적이 아니라 다만 그것을 당사자가 직시하고 바로 볼 수 있도록 표면화해줌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것, 이런게 아닐까?

"너만 그런게 아니야.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러니 우리 서로 욕망을 인정하고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자고..."라고 속삭여주는 듯한......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에 대해서 별로 공감이 안생기는 건 아마도 내 문제일거다. 사실 딸의 여성성을 질투하는 백설공주 어머니의 이야기는 아직 아기인 내 딸들을 생각하면 공감하기 힘들고,,, 아마도 이건 또 서양과 우리의 다른 문화적인 배경 - 유난스러울 정도로 모성을 강조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저런 감정자체가 사회적으로 너무 억압되어서 은밀한 욕망으로조차 나타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이야기들은 -즉 루비레드 같은 이야기들은 서양과 우리의 문화적 배경이 너무 다름으로써 공감하기 힘들었고, 하늘위의 하늘이라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소유욕이 치유되어가는 이야기는 또 워낙에 자식에 대한 소유관념이 심한 우리나라이기에 오히려 더 공감이 되었고....

누구나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모든 이야기에 공감하기는 힘들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또 적어도 한 두편의 이야기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줌으로써 일종의 치유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 > 광고 때문에 여기 이야기들이 대부분 기존 동화를 새롭게 해석한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대부분이 작가의 창작 동화인것 같다. 물론 내가 모르는 동화를 개작했느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그래서 이전에 나온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류의 책과는 상당히 다르다.

--------> 2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에 비해 책값은 사실 좀 부담스럽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은 정말 끝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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