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까요? 바로 요거예요.
들뢰즈와 가따리의 <앙띠 오이디푸스>
제가 읽은 건 요 2000년도판이 아니고 1994년도 판이었는데 새로 개정판이 나왔네요.
지금으로부터 한 10년이 조금 더 지난 날의 이야기예요. 그 때 이진경씨의 책에선가 들뢰즈의 철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을 읽고(그 글도 참 쉽지는 않았습니다.) 무지하게 호기심이 동해 요 책을 샀다지요. 그 때 이 책은 부산에서 구하기도 힘들어 학교앞 서점에 주문을 하고서도 거의 한 2주쯤 기다려서야 받아볼 수 있었어요. 게다가 당시 저는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백수였으니 당시 2만원이 넘었던 것 같은 이 책값은 저에게 엄청난 금액이었지요.
그런 큰 투자를 하였으니 얼마나 기대가 됐겠습니까? 그런데.....
전 결국 이 책을 못읽었습니다. 글자도 작고 페이지도 엄청났던 이 책의 겨우 50페이지 정도를 읽고는 결국 포기했다지요. '흰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라...'의 경지가 뭔지 그 때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도대체 주어와 서술어가 어디인지도 구분이 안가고요. 한 문장을 한 20번쯤 읽어서 겨우 뭔말인지 이해가 좀 간다 싶으면 그 다음 문장하고 전혀 연결이 안되고요. 한 페이지를 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머리가 하얘지는 그 느낌.... 저는 그 때 저의 머리에 절망했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번역의 문제도 한 반쯤은 됐던 것 같은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안나고요. 그냥 절망했습니다.) 그래도 제 딴에는 엄청난 투자를 한 책이라 거의 한달간 50여페이지를 가지고 낑낑대다가......
어떡했냐구요.
그냥 방바닥에 집어던졌습니다. "그래 나 바보야" 하면서....
그후로 뭐 이런 책은 책장에 꽂아두면 폼잡기 좋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두고 두고 나를 절망시킨 이 책은 저의 눈의 가시였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지금은 누군지 기억도 안나지만 누군가가 이 책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아니 그냥 너 가져"하고 대뜸 던져 주고는 이 책이 주는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제가 한 단순해서 눈에 안보이면 기냥 잊어먹거든요. ^^ )
지금에 와서 제가 다시 이 책을 볼까요? 아마 요 밑에다 한 100분쯤이 새로 번역돼 나온 책은 쉽지까지는 않아도 읽을만 하다고 댓글을 달아주면 아마 다시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