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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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나 내용이 바뀐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알지만 그래도 막상 맞닥뜨리게 되면 잠시 당황하는 순간들이 있다.

김중혁 작가의 메이드인 공장이 딱 그렇다.

 

공장이라니....

60년대생에게 공장은 어린 시절 공부못하면 가는 곳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곳이었고,

20대 시절에는 세계를 변혁할 주인공들이 있는 곳이어서 미래의 희망의 상징이었던 곳,

그리고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도래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맺히고 있는 곳

어쨋든 공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고,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본적은 없는 그런 어떤 곳이면서 위의 전형을 벗어나본적이 없는 그런 곳이다.

 

책 앞쪽의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나와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이 작가 역시 비슷한 사회적, 세대적 경험을 공유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역시 김중혁이라는 이 귀엽게 삐딱한 작가는 세대적 공유경험을 살짝 뛰어넘어 준다.

그냥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는 듯이 그냥 우리 앞에 공장을 펼쳐준다.

 

"여기 보라고, 사람들이 있지 않냐고

종이와 콘돔과 브래지어가 이렇게 만들어진다네.

뭔가 좀 신기하지 않나?"

작가 김중혁이 독자에게 건네는 말은 딱 이정도이다.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고 있는 곳. 모든 걸 빼고 그냥 공장이 뭐냐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는게 김중혁의 쓴 이 책의 대답이 아닐까?

 

그런데 이 단순한 질문과 단순한 대답들이 참 유쾌하게 다가온다.

막연히 생각해도 내 손안에 들어오는 물건들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생각해보면 참 신기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뭐 나서서 나같은 사람이 공장을 견학하려고 기를 쓰고 찾아갈것도 아닌데

이렇게 작가가 살짝 대신 다녀오고 들려주는 얘기들은 호기심의 충족과 함께 약간 뭔가를 훔쳐보는 듯한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공장 역시 사람이 사는 곳!

결국은 물건의 얘기보다 그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맘에 와 닿는다.

사양산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도대체 지금 그걸 만드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야 할 듯한 LP공장 사장님의 뚝심과 배짱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꼭 성공하시라고 어디가서 빌어드리기라도 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또 세상을 살아갈만하게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스친다.

 

 

어디서나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거리와 고민들과 풍경들이 딱 김중혁 스타일로 조곤 조곤 풀어나가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의 에세이는 꽤나 편안하게 읽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가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일듯하다.

가볍게 읽히지만 세상 그 무엇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그 나름의 존중을 보내주는 작가의 마음이 문장들 곳곳에 알뜰히 배어있다.

아마 글 뿐만이 아니라 공장을 찾아가는 김중혁작가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싶다.

그러니 독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작가와 함께 두런 두런 공장을 둘러보자.

 

뱀꼬리

김중혁작가와 일군의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소설리스트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매주 김중혁씨가 '표지 甲'이라는 코너가 있다.

순전히 김중혁작가 개인이 좋아하는 표지를 선정하는건데

내가 보기엔 이 책 메이드인 공장이 표지 甲이다.

책을 읽고 나면 더 딱 그만인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김중혁 작가 일러스트 솜씨가 좋은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표지와 삽화들 진짜 훌륭하다.

좋겠다. 재주많은 사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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