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여행관련 에세이서적들을 보면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실제 여행을 갈때에 필요한 온갖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책과(그 중에서도 요즘은 맛집 기행이 대세인듯.... ),

또 하나는 실제 여행지를 경험했을때 저자 자신의 감성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책들이다.

실제 여행을 갈때 필요한 책은 전자지만 어디를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를 결정하거나 여행의 경험을 대리만족하거나 하고 싶을때는 후자의 책들이 더 유용하다.

 

이 책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는 읽기 전에는 전자, 즉 정보중심의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이 두가지가 미묘하게 섞여있다.

이탈리아의 여행코스나 현재에 대한 정보의 제공보다는 이탈리아 각 지역의 역사, 전설, 미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들은 실제 여행을 하는데는 별로 필요치 않다.

오히려 여행을 준비하거나 할때 아 여기 가보고싶구나 라는 마음을 일으키기 위한 정보라고 할까?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좋아하고 느끼는 이탈리아를 여러분도 꼭 한번 가보라고 충동질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런 책이다.

그러다보니 글속에서 각 지역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나 마음이 쏠쏠히 묻어나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시간과 지역과 많은 역사속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베네치아에서는 먼 옛날 아틸라가 이끌던 훈족의 침입을 피해 해안쪽으로 도망쳐온 사람들이 석호를 메워 두만개의 기둥을 석호바닥에 꽂아 인공섬을 만들어 오늘의 베네치아를 만들던 시절

르네상스기 한때는 세계 인쇄업의 중심지로서의 베네치아를 찾기도 한다.

베네치아의 가면 축제가 생긴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또 현실로 돌아와 베네치아의 다리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들 속에 토마스만의 작품과 비스콘티의 영화로 유명한 <베니스에서 죽다>를 만나기도 하며,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카사노바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한다.

베네치아를 가기 전에 꼭 베니스에서 죽다와 카사노바를 읽어야겠구나라는 마음이 절로 드니 저자의 말솜씨가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북부의 작은 도시들에서 관심이 가는 곳은 볼로냐이다.

세계 최초의 대학이 들어선 도시이며 요리가 발달해 뚱보들의 도시이자 붉은 벽돌건물과 사회주의자들의 세력이 강해 붉은 도시로 불리운다는 볼로냐

사실상 크게 볼거리가 없어 대부분의 여행자가 지나치는 도시인데 저자의 맛깔스런 소개를 듣다보면 볼로냐의 맛있는 소시지를 넣은 샌드위치 또는 스파게티를 먹으러 꼭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오래된 건물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도서관과 서점, 카페 등으로 활요하고 있다는 건물 살라 보르사는 지하의 로마 유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것을 유리 바닥을 통해 건물을 걸을때마다 훤히 보이게 한 구조라니 그것도 궁금하다.

문화를 박제시키지 않고 어떻게 생활속의 문화로 만들까라는 고민의 흔적을 한올 걷어올릴 수 있을 듯하다.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서는 도시의 아름다운 외면이 아니라 르네상스 정신에 주목하고자 한다.

피렌체의 역사를 간략하게 얘기하는데서 시작한 글은 건물이나 예술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만들었던, 또는 피렌체를 살아갔던 사람들에 주목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비교하고 그들의 관계에 얽힌 에피소드들 - 사이가 무지 나빴던 이야기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그리고 시뇨리아 광장에서 화형당한 사보나롤라를 만나며 그의 개혁정신과 실패를 얘기한다.

아 베키오다리에서는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말 한마디 건네보지 못하고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평생 2번 만났단다.

현대로 훌쩍 넘어오면 페라가모를 통해 이탈리아 패션과 장인정신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로마!

사실상 로마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양 역사의 중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으므로 책의 몇장으로 서술하기 어려운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전체에서 디테일면에서 가장 공감이 덜 가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로마라는 도시가 훌륭하지 않거나 감흥이 없는 도시라서가 아니라 저자 역시 이 도시를 감당하기에는 몇 장의 서술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된다.

어쩌면 저자는 이 아쉬움때문에 <일생에 한번은 로마를 가라>쯤 되는 책을 다시 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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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01-2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번에는 이탈리아 가실 준비 하시나요?

바람돌이 2015-01-28 23:37   좋아요 0 | URL
눈치도 빠르셔라... 근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요. 그냥 다음은 이탈리아다 뭐 그러고 있습니다. 일단 돈부터 열심히 모아야죠. ㅎㅎ

rosa 2015-04-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 가신다면.. 토리노도 가보세요.
저는 유일하게 토리노에만 다녀왔지만.. 토리노가 참 특별하고 좋았습니다.
쁘리모 레비의 흔적을 쫓아다닌 일주일이 근 1년이 다 된 지금에도 계속 마음에 남아요.
멋진 영화박물관에서 더 뒹굴거리지 못했던 게 아쉽고.. ㅎㅎ
여행을 준비하고 또 떠나시는 바람돌이님이 진정 부럽네요.
저는 한동안 무조건 방콕해야 할 상황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