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과 문명,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잭 웨더포드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이론과실천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일반적인 현대인들이 부족문화, 원주민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더 이상 어느 정부의 국가적인 운명에 위협이 되지 못하는 패배한 부족민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급속도로 현대화되고 있는 세계 속에서 살아남아 과거의 낭만을 전해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 초창기에 원주민을 낭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시기에는 주로 모험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점차 원주민을 뛰어난 철학자이자 환경의 관리인으로 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p349)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고 소개글들을 읽고 내가 상상한 이 책의 내용은 위에서 비판하고 있는 바로 그 관점이었다. 문명세계가 잃어버린 순수성, 인간다움 뭐 이런 것들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그런데 저자는 바로 이 관점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부족사회가 서양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을 상징하게 된 까닭은 서양 세계가 원주민과 그들의 문화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p349)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그 시작부터 현재까지 훑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역사서술과는 전혀 다르다. 오늘날 살아남은 부족민들의 모습에서 옛적의 역사를 더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티벳의 천장단에서 시작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버리진, 알래스카 옆 프리빌로프 제도의 세인트폴섬, .....멕시코의 약스칠란이란 처음들어보는 곳에서 기나긴 여행이 끝을 맺는다. 이런 곳들에서 사는 부족민들의 생활을 소재로 그는 인류의 역사를 시작기 채집경제 시절부터 빙하시대 농업시대.....  야만이 문명 내부에 자리잡아 버리는 지금 이 시대까지 저자의 여행은 기나길다.

이 여행동안 부족민의 문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일반적으로 서구인들이 저지르는 것처럼 낭ㅐ岵訣?않으며, 그렇다고 부족민의 문화를 야만으로 치죄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인류의 역사를 훑을 뿐이다. 그럼에도 부족문화의 파괴과정과 그속에서 서구인들이 행한 역할에 대한 저자의 비판의 칼날은 날카롭다. 부족민의 역사는 바로 인류가 문명을 만들어온 그 역사이며 그럼에도 문명 스스로가 그들을 어떻게 문명의 바깥으로 내치게 되는지, 그 결과 오늘날 문명적으로 버림받은 사람들 - 자신의 부족문화를 버렸으나 새로운 문화에는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람들 -이 어떻게 새로운 야만을 창조해 내는지, 아니 그 내친 사람들이 바로 야만의 주체인지를 밝혀내는 저자의 칼날은 낭만적이지 않기에 오히려 가슴에 와닿는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족문화에 대한 관점에 대한 비판 역시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부족민들의 역사, 생활에서의 야만은 그들 나름의 생존방식이었고 바로 그들의 그 생존방식 덕분에 오늘날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문명을 이루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조건적으로 미화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지 않는다. 그것 역시 나름대로의 야만이었으며 그들은 그 야만성 때문에 문명을 이루기도 하고 또는 멸망하기도 하고, 따라서 문명과 야만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될거다.

문명 스스로 수천년동안 두려워하며 남에게 투사시켰던 바로 그 야만을 만들어 내버린 것이다. 야만은 문명 내부에 자리잡았다. 문명은 야만을 만들고 복돋아 준다. (p468)

저자는 바로 이때문에 인류의 문명은 위기에 처했고 이 위기를 우리가 헤치고 나아가는 길은 모든 문화가 지니고 있는 모든 지식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부족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저자의 목소리는 높지도 선동적이지도 않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커다란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므로 저자는 오늘날 세계가 처한 현실속에서 어떤 관점과 행동이 필요할지 같이 고민하자고 손을 내밀고 있는듯하다.

마지막으로 순전히 지식적인 측면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저자가 펼치고 있는 고민의 무게에 비하면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것이지만.... 내가 잘 몰랐던 다른 문화, 세계 곳곳의 원주민의 문화에 대한 내용은 책의 내용에 대한 흥미를 충분히 돋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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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7-0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바람돌이님께서 별 다섯을 주시니 꼭 볼께요... ^^

바람돌이 2005-07-10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너무 많이 줬나? 클리오님 이렇게 무조건 저를 신뢰하시는듯한 말씀을 하시면 아니되어요. (제가 저 잘난줄 너무 착각하고 산단 말예요)
이 책은 사실 별 4개일까 5개일까를 두고 고민을 조금 했었는데 저 개인적으로 잘 모르던 문화에 대한 내용이 풍부해서 새로운걸 많이 알게된게 별점에 영향을 줬죠.
님이라면 다 아는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클리오 2005-07-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그러세요.. 자신을 가지셔도 되요!! 님 잘나신거 맞아요... ^^ 글구 저 아는거 별로 없어서 고민이란 말여요... 엉엉~~

바람돌이 2005-07-1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