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하이드 > [퍼온글] "서양미술 400년전"

미술책서 보던 그림들을 만난다
21일부터 예술의전당서 '서양미술 400년전'
다비드·마티스 등 88명의 작품 119점 전시


프랑스대혁명기에 활약한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신고전주의 양식을 선도한 화가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목욕탕에서 집무를 보던 중 젊은 여성 자객에 피살된 혁명 지도자 마라의 죽음을 경건한 순교처럼 묘사한 ‘마라의 죽음’은 서양미술사 교과서에 단골로 소개되는 그림이다. 브뤼셀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그리고 랭스미술관 등 3곳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명화들을 실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SBS등이 주최하고 ㈜지엔씨미디어, 프랑스 랭스미술관의 주관으로 21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양미술400년 전-푸생에서 마티스까지’에서다. 이번 전시는 푸생 이후 부쉐 앵그르 다비드 들라크루아 쿠르베 코로 모네 시슬리 피사로 르누아르 고갱 마티스 뒤피 피카소 등 88명의 작품 119점을 선보이는데, 마치 서양미술사 교과서에서 17세기 이후 4세기를 뚝 떼어 옮겨놓은 것 같다. 루브르박물관 분관이 들어설 랭스시의 랭스미술관을 중심으로, 루브르 오르세 릴 말로 몽펠리에 트루아 피카르디 등 프랑스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빌려왔다.

전시 작품의 보험료를 비롯해 특별히 랭스미술관 ‘마라의 죽음’의 경우 10개월 여 복원 작업에 들인 비용 등 25억원 이상을 투입한,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급 전시다. 이 때문에 50만 명(유료관객 39만5,000명) 관람이라는 국내 미술전시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부산시립미술관으로 옮겨 내년 1월16일까지 계속되고 있는 마르크 샤갈의 회고전 ‘색채의 마술사-샤갈’과 같은 ‘흥행 대박’을 터트릴 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시대별로 구성하는 단조로운 전시를 피해 ‘선과 색의 위대한 논쟁’이라는 테마로 서양 근대 회화 400년의 흐름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때 푸생을 위시해 이성을 강조하며 사물을 실제에 가깝게 묘사하기 위해 선묘를 중시한 아카데믹한 화풍과 루벤스를 따라 자유분방한 붓 놀림과 색조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화풍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이후 선과 색의 갈등과 조화, 탐구를 거듭하면서 18세기의 고전주의적 양식, 19세기의 낭만주의와 신고전주의 등 다양한 유파가 출현했고, 20세기 추상회화에 이르러 선과 색의 화합이 이뤄졌다.

고대 그리스 조각의 미적 전범을 재해석한 앵그르의 ‘샘’과 ‘물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도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동일한 제목과 구도이나 훨씬 규모가 큰 오르세미술관 소장품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번에 한국에 오는 루브르박물관의 미공개 작품은 그 원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앵그르가 제자들과 함께 오르세 작품을 완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로 가로 9X7 ㎝크기의 르누아르 유화 ‘대본낭독’은 코발트빛 의상과 장미빛 혈색의 아름다운 여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품 크기가 워낙 작아 도난의 위험이 커 프랑스 바깥으로 나온 적이 없는 작품이다.

사후 50년이 지나서야 발견된 고갱의 ‘왕가의 여인들’ 등 판화 연작과 마티스가 랭스미술관에 기증한 ‘재즈’ 판화집 같이 재미있는 사연의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내년 4월3일까지. (02)2113-3477

/문향란기자 iami@hk.co.kr  



입력시간 : 2004/12/12 18:00


서울 전시를 앞두고 10개월 여 복원 작업을 거쳐 새롭게 단장한,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랭스미술관 소장).

앵그르의 '물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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