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테 콜비츠
캐테 콜비츠 지음, 전옥례 옮김 / 운디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캐테 콜비츠의 그림을 처음 본건 20세기의 미술을 소개한 어느 미술책에서였다.(아마도 이주헌씨의 미술로 보는 20세기였던 것 같은데... 누가 책을 빌려가고는 돌려주지 않아 지금 확인일 길이 없다)  그 그림은 식량배급줄에서 식량이 배급되기를 기다리며 휑한 눈길로 그릇을 들고 서있는 아이의 판화였다.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몇 안되는 선으로 된 그 판화는 순간 나의 가슴을 '쿵'하고 울리게 만들었다. 불쌍하다? 안됐다? 이런 몇 마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이보다 더 훌륭한 그림도 많고 더 위대한 화가도 많지만 나는 지금도 이 그림만큼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을 알지 못한다. 지금도 그 그림의 어떤 부분도 생각이 나지 않고 오직 그 아이의 표정만이 생생하게 살아 떠오른다. 아! 좋은 그림이란 이런거구나라는 생각

그 후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그외의 몇몇 미술 관련 서적에서 그녀에 대해 언급돼 있는 걸 보았지만 그녀의 면모를 제대로 알기에는 부족했고 더더욱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화집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캐테 콜비츠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너무 반가웠던 것이다. 먼저 80여편에 달하는 그녀의 작품들을 훑어 보았다. 먼저 옛날 내가 본 그 그림을 열심히 찾았다. 아쉽게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그림이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여전히 화려한 그림은 없었다. 모두 단색으로된 판화작품 아니면 소묘들, 그리고 조각작품... 그러나 보는 순간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안 떠오를 정도로 절절히 가슴을 때리는 작품들이다. 그림속의 인물들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들의 아픔, 슬픔, 자부심.... 이 화가가 이들을 정말로 사랑했다는걸 느낄 수 있다. 이 도판들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두고 두고 볼 가치를 가진다.

1920년의 그녀의 일기 한자락

스케치를 하면서 아이들이 느꼈을 두려움 때문에 나도 울었다. 그 때 내가 지고 있는 짐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들을 대변해 주는 사람이 되는게 내 임무다. 나는 거기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건 끝나지 않을 일이다. 이제는 태산 같은 사람들의 고통을 입밖에 내어야 한다. 그게 내가 맡은 임무인데 그 일을 해 내는건 정말 쉽지 않다. 흔히들 일을 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이 포스터를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빈에서는 날마다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간다면 과연 이 일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그녀의 삶은 아들을 1차 세계대전에서 잃은걸 제외한다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다른 화가들의 기행적인 삶에 비한다면.... 그저 평범한 어머니이고 아내이고 이웃이고 화가였다. 자신의 주변을 사랑할 줄아는 마음을 가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항상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느낄줄 알게 하고 표현할 줄 알게 했다. 그녀가 아름답다고 느낀건 늘 주변의 노동자들이었고 그들의 삶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이념에서가 아니라 삶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하지만 글쎄 내가 보기에는 휴머니스트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같다. 그녀의 미술에 영향을 끼친건 이념이라기 보다는 이웃에 대한 사랑 따뜻함 이런 것들이었던 것같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가진 가장 큰 위대함이었다.

무엇이 한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케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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