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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현실의 삶'에서 무난하게 버텨나가려면 끊임없이 자기 감정과 타협을 해야 해요. 이럴 땐 과잉 반응을 해선 안돼! 이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이 상황에서는 그걸 못본척해야 해!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맞추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량을 베풀고, 일상에서 오만 가지 자질구레한 역할을 떠맡고, 구조 전체를 위태롭게 하지 않으려면 균형을 잘 잡아 평형을 유지해야 해요. 저 또한 그 구조의 일부니까요.(169쪽)
가끔은 누구나가 꿈꾸잖아...
아 지긋지긋해! 하루라도 이 구질구질한 생활에서, 그리고 나를 옭아매는 온갖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라고.
그리고 그 벗어난 곳에 진짜 내가 있을거라고 말이다.
근데 그런 기대가 어쩌면 진실이라면?
이메일 문장속에 존재하는 내가 진짜 나라면?
그것이 어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내 진짜 모습이라면?
그리고 그 진짜 모습을 사랑하게 돼버린 사람이 존재한다면?
아! 이것도 사랑이구나!
그 사랑이 그렇게 이메일안에만 멈추어준다면 얼마나 근사할수 있을까?
하지만 그 절절함이 이메일안에서만 멈추어있다면 과연 그것이 사랑일까?
우리 만날까요?
딱 한번만 만나요. 나는 당신을 딱 한번 만나고 딱 한 번 안고싶어요.
그래 사랑이란 결코 문장으로만 존재할수는 없는걸....
하지만 이메일의 문장을 벗어나는 순간 무수한 현실의 삶들속의 관계들이 한꺼번에 이들을 짓누를텐데....
에미와 레오의 사랑이 이렇게 간절하고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런 불합리 때문이 아닐까?
그들이 만난다면 어찌될까?
세기의 사랑이 그냥 일상이 돼버리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해서 세기의 사랑은 완성되는 법이다.
에미와 레오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에미의 선택은 어쩌면 그저 남편과 아이들 그런 현실의 관계들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의 절절한 사랑을 사랑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일지도....
우연히 케이블에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다시 봤다.
20대에 본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심심한 영화였는데 지금 다시 보면서는 그 절절함에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메릴 스트립에 에미가, 클린트이스트우드에 레오가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