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둘째의 유치원행사로 가족마라톤이 있었다.
천방지축으로 뛰어가는 아이들 따라뛰느라고 헉헉거리는데 옆에서 같이 뛰며 휴대폰을 받던 엄마가 놀란 목소리로 "노무현대통령이 자살했대요"란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순간 진짜 죽을 놈들은 다 안 죽고 살아있건만 왜 당신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번도 그를 온전히 지지해본적이 없다.
지역의 특성상 그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의 유세를 따라다니며 지지시위에 참가했었고
그가 탄핵당했을때도 촛불시위를 갔었지만 그런 나의 행위는 그를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그에 대한 지지는 최선이 아닌 차선이거나, 아니면 그의 반대자들에 대한 반대였을뿐... 

민주당사 점거 농성때(뭣 때문에 한 농성이었는지는 이제는 기억도 안난다만....)
농성자들을 설득하러온 당시 초보국회의원이었던 그에게는 냉소했었고,
대선 때도 그를 찍지 않았으며 돼지 저금통도 보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만 아니었다면 그가 우리 한국사에서 보기 드문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었을거라며 아쉬워하기는 했었다.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지만 그라는 존재 자체가 가지는 한국사회에서의 유의미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또한 그의 정책이 아니라 존재에 대해 가해지는 온갖 부당한 비판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웠었다.
그리고 퇴임후 비로소 나는 그를 지지할 수 있게 되었다.
농부로 돌아가 손녀와 자전거를 타는 그의 모습에서 전직대통령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했었다. 지푸라기만한 권력에 연연하는 모습이 아니라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그의 모습에 은퇴한 정치인의 하나의 모범을 보는듯하였다. 

그리고 그의 죽음...
부디 그가 받았던 부당한 비판들에 대해 한국 사회가 사과할 수 있기를...
그리고 제발 부디 이제는 편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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