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잔씨
류승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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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싶지 않다. 잘 그리기만 한 사과는 군침을 돌게 하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 - 모리스 드니 

세잔의 그림이라고 화보에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사과등을 그린 정물이거나 아니면 세잔덕분에 너무나 유명해진 생트빅투아르산을 그린 풍경화다.
이 그림들에게서 난 무엇을 느껴야 하는거지?
왜 세잔을 위대한 화가라고 부르는 거지?
별반 잘 그린것도 없는 것 같은 평범해보이는 정물화들, 그리고 괜찮아보이지만 뭐 그렇다고 엄청 특별할 건 없어보이는 산을 그린 풍경화?
세잔의 그림에서 내가 받는 느낌은 딱 요정도라고나 할까? 
이제 나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은 것이 비슷한 시대의 다른 화가들 - 고흐나 고갱에 비하면 인기도 면에서 많이 처지는게 사실이니 다른 사람도 비슷하다는 얘기겠지... 

그런데 말이다. 미술사 관련 책을 보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디에서고 세잔은 가장 위대한 화가, 아니 화가들의 스승같은 화가들의 화가가 되어있다.
20세기 최고의 화가들인 피카소, 마티스같은 이들이 보내는 찬사는 더 이상의 찬사가 부족할듯..
그저 입으로 찬사를 보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그들의 작품으로 경의를 표하기까지 한다.
세잔의 목욕하는 여인들 그림을 보다보면 저절로 마티스의 <춤>이나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세잔의 <마르디그라>는 피에로를 그린 피카소의 일련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들고, 생트 빅트와르산 연작의 마지막쯤에 오면 칸딘스키가 떠오른다.

여기쯤 와서야 왜 그토록 많은 화가들이 세잔에 대한 경의를 표했는지 살짝 이해될듯도 하다.
기존의 회화의 모든 관습을 뛰어넘어 새로운 회화의 세계를 열어준 이.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원근법도 전통적인 소묘법도 무시할 수 있다는 아니 오히려 그럼으로써 더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이
그가 바로 세잔 아닌가? 

책은 그런 세잔이 갔던 곳을 정말 참 열심히도 찾아다닌다.
그리고 세잔이 이젤을 놓아던곳에 이젤 대신 카메라를 놓고 그림속 풍경을 찾아낸다.
그런 풍경과 그림이 나란히 놓이면 아 여기가 이렇게 표현되었구나 경탄하게 된다.
사실적인 풍경이 아님에도 단순화된 몇개의 선과 그보다 훨씬 풍부한 색채로 똑같은 풍경을 그림속에 재현해낸 것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의도한 것보다 세잔의 생애 전반을 짓누른 고독은 그렇게 많이 와닿지는 않는다. 세잔 그보다 더 고독했던 화가도 얼마나 많은가말이다.
다만 세잔의 이젤과 저자의 카메라가 같은 위치에 놓인순간 세잔의 그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걸 느끼는 즐거움이 더 컸다고 할까? 

아직까지는 세잔의 그림을 실제로 본적이 없으니 내가 세잔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이를듯... 하지만 세잔이라는 화가의 그림을 그저 별것없는 풍경화나 정물화로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고대 로마의 길들은 늘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 길들은 풍경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이다. 그림은 바로 이와 같이 길 위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으로부터 출발한다. -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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