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날 밤의 거짓말이란 제목 때문에 주인공들이 하는 얘기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책을 보다니...
그들이 하는 얘기 어디에 복선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물론 일종의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도 있는 이런류의 책을 볼때 복선을 찾으며 보는 것은 책의 재미를 배가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복선이 좀 어이없을때는 허탈하기도 하다.
내가 기대한 복선이란 그들의 이야기 전체가 유기적 연관을 가지면서 짜맞춘듯 맞아 떨어지는 그런 류의 복선이었는데... (사실 문학상 수상시 다른 후보자들이 이 훌륭한 작품을 위해 자진 사퇴했다는 얘기가 나오려면 그 정도의 구성력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데 내가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복선이란 결국 그들이 불멸의 신에 대한 얘기 도중 서로가 심상찮은 눈짓을 은밀히 교환하는 장면 정도였달까?
아 이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구나 하는 정도...
그리고 뭔가 더 있으리라는 기대는 결국 충족되지 못했다.

이렇게 광고문구가 지나치게 거창한 것이었음이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아주 형편없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면에서 그러니까 4명의 사형수가 자신의 생을 되돌아보며 하는 얘기들은 나름대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왕당파와 공화주의자가 대립하고 있던 19세기 초반의 이탈리아.
이들 공화주의자(그 스펙트럼은 편차가 큰 것 같지만 왕정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들이 어떤 식으로 혁명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얘기하는 대목은 비록 허구일망정 당대 혁명을 한다고 하던 이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었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우연찮게 찾아온 그놈의 사랑때문에 공화주의운동으로 들어선 나르시스
귀족의 쌍둥이 아들로 태어나 공화주의를 갈망했던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동생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는 다소 감상적인 이유의 남작 인가푸
집시어머니에게조차 버려진 고아로 태어나 복수를 위해 군인이 되고 결국 복수를 완성하는 군인 아제실라오.
그리고 시인 살림베니의 연애 이야기 등등...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의도된 거짓말이었겠지만 일면은 진실을 포함하고 있었고,
또 동시에 그 시대의 다소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혁명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시대의 분위기를 읽는 재미는 나름 쏠쏠하다 하겠다.
하지만 그 뿐인 것이 또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들의 거짓말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정말 그들은 한 점 흔들림도 없이
그렇게 은밀한 눈짓과 손짓만으로 마음이 통하고 죽음을 불사하는 결의가 생길 수 있었을까?
인간이란 목숨을 담보로 한 상황앞에서 이렇게 냉정을 유지하거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은데.....
결국 이야기를 위해서 인간의 내면, 인간성의 다양한 측면이 희생되어버린게 아닌지...
그들은 일부러 당면한 죽음에 대한 흔들림을 보이고 단서를 흘림으로써
결국 그들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창출한 것이다.
아! 과연 인간이 이렇게 숭고한 존재였던가?
그들 앞에 주어진 생명을 담보로 한 유혹앞에서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이 모두 그렇게 결연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글쎄다.
작가가 인간의 신념의 굳건함을 지나치게 믿은 건지,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정말 이야기의 완결성과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따위는 그냥 갖다 버린건지가 살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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