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1년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고 그를 지원하는 탈레반을 공격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그 명분이 헛소리임이 밝혀지자 아프가니스탄 국가 재건과 여성인권의 확립이라는 명분을 다시 내걸었다.
그리고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인권 문제는 미국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선전물로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되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보다 보면 곳곳에서 가슴이 터질듯한 막막함을 느낀다.
두 여인의 삶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가 교차하는 곳곳의 지점에서 여성들은 몸으로 마음으로 피를 흘린다.
중간쯤인가? 탈레반이 들어서고 모든 여성이 직장에서 집으로 강제유폐되고 난 이후,
라일라가 딸을 고아원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에서 라일라는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을 마주친다.
세 아이의 손을 이끌고 고아원에 데리고 온 선생님.
그녀는 아마도 과부가 되었겠지?
그러니 무슨 방법으로도 아이들을 먹여살릴 수 없었을테고, 결국 고아원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와 딸 같은 나이차이의 두 여성 마리암과 라일라가 할아버지 같은 남자의 두 아내가 되는 것이 가능한 나라.
그곳에서 유폐되어 자신의 생각도 주장도 심지어 생존권조차도 모두 남편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삶

그래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인권은 이건 그들 나라의 문제야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소설이 소설로 읽히지 않는건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탈레반을 몰아내준 미국에게 아프간 여성들은 감사하고 있을까?
탈레반이고 알카에다고 민간인이고를 구분하지 않고 그들의 땅에 폭탄을 퍼부어댔음에도 여성의 삶을 좀 더 나아지게 했다고 감사하고 있을까?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되고 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이 앞으로 더 나아질거라고 얘기해야 할까?

소설속에서 마지막에 라일라는 이제 다시 삶을 시작하려한다.
단지 생명만을 부지하던 무덤속에서의 삶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그러나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정말로 희망의 삶을 준비하고 있을까?
미국의 침공 이후 오히려 여성의 분신자살율이 3배가 증가했다는데 그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소설은 감동적이다. 눈물 날정도로 감동적이며 충분히 마음아프다.
마리암과 라일라에게 감정이입하며 그녀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을 위해 눈물흘리게 한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라는 그들이 저지른 죄악을 가리게 하는 것으로 이용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마음아픈 소설의 운명이 어떤 길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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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5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대단한가 봐요~ 많은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급호감과 급궁금...
하지만 읽을 책들은 쌓여만 가고...ㅜㅜ

바람돌이 2008-09-05 13:06   좋아요 0 | URL
사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예상가능한 수준이죠. 딱히 명작이라고 할건 아니예요. 다만 이게 실제 현실이라는 전제가 깔리다보니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버리는 문제가 있고 그 상황이 또 너무 심각하다보니 흡입력이 아주 크게 되버려요. 현재의 관심과 문제제기 지점을 잘 파악한 책이라고 할가요?

porque 2008-10-0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탈레반이란 거 자체가 구소련에 점령된 아프간 탈환을 위해 미국 CIA에 의해 조직된 단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프간의 여성 인권이 어떻고 하며 떠들어대는 미국의 가식이란.. 이 책의 저자도 전 의심의 눈길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의사면 얼마나 눈코뜰새 없이 바쁜데 이런 책을 쓸 시간이 날까요. 더군다나 이 책이 갖는 정치적 파급력을 생각하면 대필이 아닌가 의심의 눈길이 가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바람돌이 2008-10-02 23:31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아프간의 인권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일종의 딜레마인 것 같아요. 이런 사실을 선전하면서 미국이 노리는게 뭔지를 제대로 봐야겠죠? 그리고 이런 현실이 미국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하는 이상은 조장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의도라는 것.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미국이 왜 아프간 여성에 관심이나 가지겠어요?
설마 대필까지는 생각안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