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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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이야기
조선의 역관이었던 홍순언은 어느 날 북경의 한 기루에서 부모의 장례를 치루지 못해 애달파하는 한 기녀에게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털어준다.
어디 옛날 이야기 책에서 많이 들은 이야긴데 이게 실제였구나...
그 인연으로 인하여 홍순언은 조선왕실의 최대 외교 현안이었던 종계변무(이성계가 정적이었던 이인임의 아들로 명나라에 잘못알려진 문제)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 인연은 임진왜란때 다시 명의 원군을 청하는데서 다시 힘을 발휘하고 마지막으로는 기녀의 자손들이 명의 멸망후 조선에 와서 정착하기까지 하는데로 이어지다니...
스치는 삶의 인연이 어찌 이리도 질긴지......

소설로 잘 알려진 파리로 간 조선 최초의 여인 리진의 이야기나 조선 왕실의 마지막 왕녀였던 덕혜옹주의 삶은 그들이 가지는 역사적 위치와는 상관없이 애달프기만 하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었던 마지막 전근대사회의 여인들은 역사의 격랑속에서 결국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으니..
그에 반해 봉건사회속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했던 제주여인 김만덕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는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휴머니티를 실현했던 새로운 여성상을 발견한다.
시대의 희생자에게 느껴지는건 그저 연민일뿐이지만, 김만덕에게서 발견하는건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영혼의 위대함이다.

변절자라 하여 오랫동안 손가락질 받았던 신숙주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다.
조선중기 이후 권력을 잡은 사림파들의 명분론속에 신숙주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인간에 대한 평가 역시 변하는 것.
지극히 현실적이고 뛰어난 관료로서의 모습을 추적하면서 역사의 평가는 참으로 복잡다단하달수밖에....
그러나 현실적이라는 것이 항상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라 오늘날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명분이냐 현실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터이다.

고구려의 유민 출신으로 쇠락해가는 당제국속에서 절도사가 되어 산둥지역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던 이정기.
책속에서는 이정기의 나라가 굉장히 경제적으로나 무력적으로나 강력한 국가였던 걸로 나오는데 그건 역사적 사실이라 쳐도 이미 망한지 오래인 나라의 유민이었던 이정기가 고구려인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고구려 멸망 이후 특히 고구려 유민에 대해서 우리역사학계나 사람들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유민들이 나름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당제국의 개방성에 더 관심이 가는편이랄까....

그 외에도 조선왕조의 마지막 충신이었달수도 있는 헤이그의 이준
아들을 죽인 아버지 영조
너무나도 극명하게 반대였던 김옥균과 홍종우.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속에서 휩쓸려든 개인들은 삶은 참으로 아프기도 하다.
인간의 삶을 어찌 역사의 거대함만으로 설명하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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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9-0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들 대부분은 이정기나 고선지를 읽으면서 우리 민족의 기상이니 자랑스런 군인이니 이런 평가인데 당제국의 개방성을 언급한 것은 국수주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냉정한 이성을 갖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 2008-09-03 14:39   좋아요 0 | URL
이정기나 고선지를 그냥 그 인간자체로 평가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삶속에서 고구려 후예들의 운명이나 삶의 질곡을 추적해가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일수 있겠지만 그걸 확대해석에서 자랑스러운 고구려인 또는 한국인 이런식으로 몰아가는건 좀 웃기지 않나요? 그때 그런 정도의 민족관념이나 국가 관념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

노이에자이트 2008-09-0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그렇구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