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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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미워했고
나는 말을 사랑했다.
어쨌든 나는 내가 말을 올바르게 만들었기를 바란다.(2권, 320쪽)

한 소녀가 책을 훔친다.
그녀가 처음 훔친 책은 어이없게도 <무덤 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무덤파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하면 무덤을 잘 팔것인가, 무덤을 파는 도구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따위의 이야기들이다.
소녀 리젤은 이 책을 자신의 남동생을 묻었던 곳에서 훔쳤다.
그녀는 글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훔쳤고 그 책을 읽기 위해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다만 소녀는 어이없이 죽은 어린 동생을 그냥 모르는 곳에 두고 오는 것이 아팠을뿐일게다.
무언가 동생의 옆에 있었던 것, 그것이 무덤을 파던 인부들 사이에 떨어져있던 그 책이었을 뿐....소녀에게 책을 도둑질하는 것은 슬픔과 상실을 표현할 그 무엇이었으며 또 때로는 분노나 막막한 안타까움의 표현일수도 있었다.

소녀가 동생을 묻고 도착한곳은 뮌헨 외곽의 힘멜,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조그만 마을이다.
소녀를 데려다준 엄마는 떠나고 새로운 아빠와 엄마를 만난다.
그녀의 친엄마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공산주의자였다는 소녀의 아버지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듯이....

힘멜은 그저 그런 작은 마을일뿐이다.
소녀의 양부모를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이 욕지거리를 나누며 삶의 고단함을 나누며 아웅다웅 그렇게 살아가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아마도 당시 독일의 축소판일거다.
히틀러-이책에서는 지도자라는 뜻의 퓌러로 더 자주 불리는-의 말은 무섭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퓌러의 추종자들이다. 적극적, 소극적, 방관자적 어떤 의미에서든.
소녀의 양아버지 한스는 그 90%의 추종자들에서 벗어나있다.
한스 역시 히틀러의 말이 무섭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양심을 지킬 줄 아는 드문 인간이다.
입에 늘 욕을 달고 사는 양어머니 로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생에 어느 날 위험이 닥친다.
1차대전에 참전했을때 한스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한 유대인의 아들이 그들의 가난한 집을 찾아온 것.
그들은 그 유대인 막스를 숨겨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막스의 지하실 생활과 소녀 리젤과의 우정이 시작된다.
막스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소녀를 위해 책을 만들고, 어쩌면 그것이 이 책도둑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계기였을게다.

이 이야기를 책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까 아니면 전쟁이 가져다주는 공포로 읽을까?
아니면 좀 더 나아가 말이든 인쇄형태든 말이라는 것이 주는 힘- 어긋난 선동의 힘,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힘 어느쪽이든 -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야 할까?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을 듯하다.
어쨋든 이야기는 두쪽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소녀가 유대인 막스에 공감하는 것은 그들이 결국 같은 고통을 공유하기 때문이었을게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히틀러에 의해서 그 둘은 모두 가족을 잃었고 이 힘멜거리에 오게 된 것이니...
언제나 죽음을 한켠에 두고 살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의 공유가 그들을 이어주었겠지.
막스가 책을 만들고 뒤를 이어 소녀가 책을 만든다.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으로 그들은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을 구원하고 싶었을게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끔찍한 세상이 계속되는 한 그들이 만드는 올바른 말은 언제나 유효할 것이다.

오랫만에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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